AI와 함께라면, 40kg 감량이 가능할까?

데이터의 관성을 깨는 유일한 힘, 인간의 실행 주도권

by 베러윤
살이 좀 쪘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내 일기장에 꽤 자주 적혀있었던 내용이다. 당시 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 매일 새벽 5시, 나는 아무도 없는 링크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코치님과 새벽 훈련을 끝내면 바로 학교로 갔고, 하교시간이 되면 교문 앞에 서있는 엄마를 만나 다시 링크장으로 향했다. 연습을 하다 저녁시간이 되면 엄마가 준비해 준 도시락을 먹고, 밤 8~9시까지 스케이트를 탔다.



엄마의 서포트 덕분에 나는 매번 대회에 나가 큰 상을 휩쓸었다. 빙판 위의 나는 정말 화려했지만, 그 뒤에는 험악한 현실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잘못을 하면 스케이트날을 감싸는 고무로 엉덩이를 참 많이 맞았다. 친구들하고 놀지도 못하고, 코치는 무섭고, 운동은 하기 싫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니 어느 날부턴가 스케이트장을 갈 생각만 해도 코피가 흘렀다. 그리고 결국 나는 스케이트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다.




운동을 멈추자 먹어도 먹어도 찌지 않던 몸이 나도 모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는 표준 몸무게였지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과체중을 향해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등굣길에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2교시 후 매점, 점심 식사 후 매점, 7교 시 후 매점, 하교 길 떡볶이, 저녁 야자가 있는 날에는 저녁 먹고 야식까지.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없는 하루였다. 지금 생각하면 하루 종일 어떻게 저 많은 양을 소화시켰나 싶은데, 운동선수의 식사량에 활동량이 쏙 빠지니 수능 즈음에 나는 90kg에 육박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 먹는 걸로 제일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수능이 끝나고 난 후 놀던 어느 날, 문득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날 갑자기 이상하리 만큼 의지가 솟구쳤다.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날, 나는 바로 걷기 운동에 돌입했다. 하루에 10분도 안 움직이던 내가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걸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20kg을 감량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통통한 대학생’이었다.



그렇게 대학 4년 생활을 한 뒤, 어느 날 갑자기 또다시 문득, 아무런 예고 없이 결심했다.


“나 지금부터 살을 빼야겠어.”


그렇게 나는 1년 가까이 햄버거와 음료수를 끊었다. 밀가루도 웬만하면 먹지 않았다. 아침에는 아메리카노와 달걀, 점심은 일반식으로 1/2, 저녁은 고구마나 삼각김밥을 먹었다. 아침엔 1시간 걷기, 저녁엔 사이클 2시간을 탔다. 누가 빼라고 할 때는 그렇게 못하겠더니, 스스로 의지를 세우니 독하게 빼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40Kg 후반의 몸무게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과거의 나의 상황을 지금의 AI 모델에 입력했다면 어떤 결괏값이 나왔을까?


아마도 ‘과체중의 관성을 유지할 확률 90%’라는 냉정한 예측을 내놓았을 것이다. 데이터는 과거의 반복을 기반으로 미래를 그리니까. 당시 내 주변의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의 삶을 보면서 과체중으로 살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내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찰나였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라고 거창한 계획 속에 세운게 아니었다. 갑자기 솟구친 의지에 이끌려 ' 지금부터 다이어트해야겠어.’라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오로지 내 안에서 시작된 동기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내가 그렇게 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내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너의 생활을 아니까 이렇게 뺄 줄 정말 몰랐어. 너 정말 독하구나.'




우리는 이제 AI에게 가장 효율적인 다이어트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을 1초 만에 물어보고 답을 얻어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AI에게 ‘어떻게 하면 40kg를 감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만 던지면,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심지어 내가 왜 살을 빼야하는지, 그럴싸한 이유까지 대신 만들어 줄수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정답을 손안에 얻을 수 있는 것과 몸을 움직이는 건 다른 문제다. 마치 공부법을 안다고 누구나 전교 1등이 되지 않듯, 다이어트 역시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힘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실행 주도권'에서 찾고자 한다.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에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AI가 아니다. 그 원동력은 오직 진정한 ‘Why’를 발견할 수 있는 인간에게서만 뿜어져 나온다. 이건 인간만의 영역이다. 아무리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한들 살을 빼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실행력이 없다면 원점이다.


부모님이, 혹은 선생님이 ‘공부해라, 공부해라’라고 이야기해도 움직이지 않았던 기억이 한 번씩 있지 않은가? 완벽한 가이드가 있어도 그것을 내 삶으로 가져와 증명해 내는 것은 나의 ‘동기’와 ‘실행’이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꼭 필요해지는 이유다.



데이터의 관성을 깨고, 40kg를 덜어냈던 그 시절의 나의 독기는 다이어트 성공담과 동시에, 지금의 시대에 내가 어떤 걸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준다. AI의 답을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실행은 인간의 몫이며, 목적지는 AI가 보여줄 수 있지만 그곳까지 가는 것은 인간, 나의 몫이다.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인간의 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래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힘. 그것이 AI, 로봇 그리고 인간이 다른 큰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