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책을 읽는 이유
매일 아침, 출근 전 매일경제 신문을 펼친다. 1년 반 째 이어온 나만의 루틴이다. 뻣뻣한 종이를 넘기며, 빼곡하게 어제 있었던 일들이 쓰인 내용을 보면서 어제의 일들을 확인해본다. 어제도 그랬다. 출근 전 들린 카페에서 어느 날과 같이 신문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그렇게 넘기던 페이지에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성공 노하우도 유튜브로, 자기계발서 잘 안 팔린다.
내용은 이랬다. 1년 새 자기계발서 판매 부수가 15.3%나 줄었으며, 그 빈자리를 유튜브의 짧은 영상과 AI가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질문 하나면 삶의 지혜를 요약해 주는 영상들이 차고 넘치니, 굳이 두꺼운 책을 펼쳐 들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충격적인 지표는 바로 이것이었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목록에 자기계발서는 단 한 권도 없다.
자기계발서를 돈 주고 사보는 한 독자로서, 이것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배달'받기를 원한다. 유튜브가 일상이 되고 AI시대로 넘어오면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부작용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AI가 수만 권의 책을 흝어 가장 그럴듯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알고리즘은 내가 고민하기도 전에 좋아할 만한 결론을 눈앞으로 가져다주는 것. 책 한 권 읽을 시간에 우리는 몇십 개의 요약영상을 볼 수 있으며, 그 요약영상을 볼 시간에 빠르게 AI에게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극강의 효율이 넘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배달'된 정답에는 '나'라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느리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최소 몇 분이 걸린다. 때로는 이해가 잘 안돼서, 흐름을 놓쳐서, 생각을 하다가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기도 하고, 비판적으로 생각도 해보며 내 삶과 연결시켜 본다. 사실 효율로 치면 빵점에 가깝다.
하지만 그 비효율의 시간 동안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갔다. 책을 읽으며 내용과 나의 삶을 연결시켜보고, 새로운 경험을 실천해 보기도 한다. 때론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나의 삶에 대입해 보며 나만의 삶의 방법응 만들어나갔다. 자기계발서 책의 매력이랄까? 느림 속 생각의 수고로움 속에 얻게된 깨달음은 때론 내 삶을 지탱해주는 지혜가 되기도 했다.
AI에게 물어봐서 알게 된 10가지의 성공 법칙과, 내가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씨름하며 찾아낸 나만의 한 가지 원칙. 어느 것이 더 가치 있을까?
물론 AI에게 물어봐서 알게 된 정답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며 시간을 아끼기도 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과정의 생략'이 아닐까. AI가 도출해 낸 결과물은 잘 정리된 데이터로 만들어낸 정답일 뿐, 그것을 내 삶에 녹여내기 위해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된다.
나는 여전히 종이 책을 읽는다. AI의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업을 가지게 되면서, 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냐면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대신할수록,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고 싶어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머무는 시간,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만나는 시간이 아직은 너무 좋다.
내 가방에는 매일 책 한 권이 있다. 읽는 날도 있고, 읽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영상과 AI가 실시간으로 정답을 배달해 주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생각을 지켜 줄, 나를 잃지 않는 가장 단단한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