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체될 것인가, AI를 도구로 삼을 것인가

외할아버지의 키보드,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 3가지 질문

by 베러윤
우리 외할아버지 진짜 대단하다.

외할아버지는 아흔세 살, 쓰러지시기 직전까지 일기를 쓰셨다. 무려 펜이 아닌 컴퓨터로 말이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데스크톱 컴퓨터에 저장된 수백 개의 글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노인네, 정말 대단하다고 웃고 울었다. 1930년대에 태어나 스마트폰의 시대까지 살아내신 우리 외할아버지다. 언젠가 나에게 타자 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가지 못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니, 혼자 독수리 타자로 독학하셨다. 인터넷도 배우셨고, 쓰러지기 전날에도 외할머니의 인터넷 서류를 접수했던 외할아버지다. 그 당시에는 흘러온 세월가운데 단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90년 넘게 사시면서 얼마나 많은 기술의 변화를 목격하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사셨을까? 싶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는 기사는 이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고, 그 이유를 AI로 꼽는다. 유튜브로 한 다큐를 보았는데, 회계사 사무실의 직원이 AI와 함께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입 사원이 했던 단순 업무는 이제 AI가 처리하고 있었고,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CES2026에 현대자동차가 인간을 닮은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고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들은 노조와의 파장이 커졌던 일이 있었다. 노조가 왜 그랬는지, 어떤 의미인지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이해도 된다. 로봇이라는 기술이 내 일자리를 없애버릴 것 같은 그 느낌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영자의 "안 계시면 ~ 오라이~"가 유행이었다. 혹시 기억이 나는가? (안다면 당신은 적어도 80년대 생 이상일 듯 ㅎㅎ). 물론 그 당시 나도 굉장히 어릴 때라 TV에서 밖에 봤던 기억이 없긴 하다. 이제는 버스 안내양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어쩌면 지금의 흔한 일상 중 몇몇 모습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술이 크게 변화할 때마다 사라지는 직업들은 반드시 생긴다. 아무리 우리가 막아낸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는 흔히 기술이 우리를 위협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 발전의 이면엔 늘 인간의 뜨거운 욕망이 있었다.


제미나이로 작업


대항해 시대의 항해술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냈다. 항로라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며 그동안 갇혀왔던 지식은 바다를 건너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등장한 인쇄술은 지식을 책이라는 매개체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고, 철도를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전 세계 각지로 널리널리 전파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식이 모두에게 열리자 사람들은 더 이상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거리의 제약을 넘어서 곧바로 이어지기를 바랐고, 그 바람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정보를 찾고, 건네고, 관계를 맺는다. 연결은 공간을 떠나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시간을 지나며 더 빠른 계산과 노동의 대체를 바라던 욕망은 마침내 AI와 로봇이라는 형태로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거대한 기술의 축 앞에 서있게 된 것이다.




내 자리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나 또한 AI를 알면 알 수록, 내 일상 속 깊게 들어올 때마다 위협을 느낀다. 대체될 수 있겠는데? 하는 두려움 말이다. 그럴수록 아래 3가지 질문을 계속 되뇌려 한다.


1. 나만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인가?
2. AI를 어떻게 나의 파트너로 활용할 것인가?
3.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가?



아흔셋의 나이에도 꿋꿋이 모니터 앞에 앉아 타자를 배우고, 인터넷을 배우고, 카카오톡을 배우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였던 외할아버지를 떠올려 본다. 외할아버지에게 컴퓨터는 할아버지의 영역을 빼앗아간 기기가 아니라,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던 기기에 불과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앞에 서있는 우리.

우리도 저 3가지 질문에 답하며, AI라는 파트너와 함께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며 나아갈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보다는 내 것으로 빨리 만들며 적응하는 것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항상 품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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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