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했어’만 반복하던 나에게
이 것도 못했어, 저 것도 못했고,
하, 이것도 너무 아쉽네
어제부로 4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있었던 직장인 모임의 한 텀이 마무리되고,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 '이번 학기 어땠지?' 자연스레 돌아보게 되는 시간.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내가 '못했던' 리스트들을 적기 시작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때 했었어야 했는데, 못했네.
그 사람들하고 한마디라도 더 해볼걸, 아쉽네
다른 약속 취소하고 번개 모임에 나가볼걸, 못했네
다 리스트를 적고 정신 차리고 보니 '못했다'로 도배된 문장들이 한가득이었다. 리스트들을 쭉 보는데 왠지 작고 초라해질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있었다.
그 순간, 잠시 펜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문장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이번 학기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나를 위해 시간을 냈고,
낯선 대화 속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가끔은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감동도 받았고,
내 이야기를 함으로써 조금씩 진짜 내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 학기 잘 해냈다.
'못했다' 대신 '해냈다'로 다시 써 내려가니, 시선이 달라졌다. 같은 나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 분명 아쉬움이 있지만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사실 나는 꽤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참 잘 살았구나'싶은 마음. 어쩌면 나는 늘 해내고 있었는데, 그걸 나만 몰랐던 건 아닐까?
오늘 아침 『아티스트웨이』 1주 차 두 번째 과제를 끝냈다. "내가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유" 20가지 리스트를 읽으며 몇몇 문장에서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책에는 우리가 무의식 중에 품고 있는 부정적인 믿음이 아래와 같다고 한다.
1. 다들 나를 미워할 테니까
2. 친구들과 가족에게 상처를 줄 테니까
3. 미쳐버릴 테니까
4. 친구들과 가족을 저버릴 테니까
5.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니까
6. 좋은 아이디어가 별로 없으니까
7. 어머니 또는 아버지를 화나게 할 테니까
8. 외톨이로 살아야 할 테니까
9. (이성애자라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아차릴 테니까
10. (동성애자라면) 이성애자인 척하며 살아야 할 테니까
11. 허접한 작품을 내놓고 혼자만 모르는 바보처럼 보일 테니까
12. 매일 화를 낼 테니까
13. 돈을 잘 못 벌 테니까
14. 자기 파괴적으로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거나 문란한 성생활로 인생을 망칠 테니까
15. 암이나 에이즈, 심장마지, 전염병에 걸릴 테니까
16.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테니까
17. 일찍 갑자기 죽을 테니까
18. 성공할 자격이 없어서 기분이 나쁠 테니까
19. 괜찮은 작품을 단 하나밖에 내놓지 못할 테니까
20. 너무 늦었으니까, 여태 성공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아티스트로 성공하긴 글렀으니까.
100% 똑같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몇몇 문장은 어디선가에서 한 번쯤 스쳐간 생각들이었다. 문장을 읽을수록 마음 어딘가를 콕콕 찌르는 기분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안고 살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못했어'라는 말로 아주 교묘하게 모습을 바꿔 내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지나간 일에는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
내가 해낸 것들을 먼저 꺼내보자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건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꾸는 연습이기도 하니까.
마지막으로 오늘 모닝페이지에 쓴 한 문장이다.
넌 해낸 게 훨씬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