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바>
이 그림, 나의 인생 그림이야.
런던의 코톨트 갤러리에서 만난 한 그림은 그날, 나를 멈춰서게 했다. 재작년 겨울도, 작년 여름도 나는 런던에서 보냈다. 런던에 몇년 째 거주중인 동생이 있어서 휴가 철이면 그곳에 가서 1~2주 머물곤 한다.
작년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딱히 계획은 없었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다니기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걷고,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소머셋 하우스 안쪽에 있는 '코톨트 갤러리'를 발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갤러리도 유명한 곳이였다. 시간이 난다면 이 갤러리도 많이들 가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내셔널갤러리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크지 않은 공간이라 사람은 많지는 않았다.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갤러리를 거닐다 한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로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바>.
화려한 술집을 배경으로 그 속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의 표정이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슬픈 건지, 지친 건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중인지. 분명 그림인데 자꾸만 살아 움직이는 얼굴 같았다. 주변은 분주하고 시끌벅적인데 그 가운데서 고요하게 고립된 사람 하나.
나는 꽤 오래 그 앞에 서 있었다. 어쩌면 그날의 내 마음이 그 여인과 닮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책에서 본 그림을 직접 보고 싶어 가끔씩 미술관에 들리곤 하지만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런 나에게도 그날의 그림은 말을 걸어왔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조용히, 깊이 꺼내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림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내 안에 남겨진 감정의 틈에 스며드는 언어 같은 것 말이다.
굿즈샵을 가서 퍼즐을 사왔다. 그 그림을 집에서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술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전에 가보기도 한다. 아직도 그림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는 법을 그날의 그림의 여인을 통해 조금은 배운 것 같다.
혹시 언젠가 런던에 간다면, 소머셋 하우스 안, 조용히 숨어 있는 코톨트 갤러리에 꼭 들려보시길,
당신도 어느 순간 한 그림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