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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린이의 요가일기 Jul 30. 2020

숨이 안 쉬어져요.

[200730] 하타요가 첫 수련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끙끙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면 일주일 동안은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운동할 때만 고통스러우면 모르겠으나 문제는 걸을 때도, 일어날 때도, 앉을 때도 몸 구석구석이 쑤신다는 것이다. 몸은 아팠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하타요가를 수련하러 요가원으로 향했다. 시간을 딱 맞춰 도착했는데 아침 수업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자리가 없어서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하타 요가 동작들은 다 어디선가 해보았던 동작들 같았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동작이지만 절대 우습게 보면 안된다. 나는 내가 유연한 줄 알았고, 호흡 정도는 잘 하는 줄 알았다. 크나 큰 착각이었다. 첫번째 멘붕은 호흡이 약하다는 말을 듣고나서였다. 나는 분명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내 흉곽에 손을 올리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호흡이 약해. 숨을 쉬어 숨을. 


나 분명 숨 쉬고 있는데?? ㅋㅋㅋ 갑자기 호흡을 어떻게 하는건지 헷갈렸다. 숨 마실 때 배를 부풀려야해?? 호흡이 강한 건 무슨 느낌이지?? 속으로 헷갈려서 죽는줄 알았다. 요가는 호흡이 생명이라는데 호흡부터 잘못되었다니 멘붕의 연속이었다. 


 낑낑거리는 나를 보며 선생님이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총체적 난국이구만." 

맞다. 나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스스로가 유연한 줄 착각하던 나는 환상에서 깨어나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내 자신과 마주했다. 아직  갈 길이 머어어어얼~ 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디선가 읽었다. 요가는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그렇다. 갈 길이 멀더라도 완성이란 없기에 내 속도대로 걸어가면 된다. 옆에 있는 수련자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내 동작, 내 호흡에만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발전해 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요가 수련은 인생과 닮은점이 참 많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내 생활, 내 마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인 것 같다. (어쩌다 감성 폭발인지 모르겠다.)


 저녁 시간에는 아헹가 요가를 수련하러 갈 것이다. 하루에 두 타임이나 수강한 건 태어나 처음이다. 부디 내일 아침에 병원에 실려가는 일은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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