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자꾸만 사장님네 아버지를 찾아요
"안녕하세요? 송산 마을 보건 진료소장입니다. 개업 축하드립니다."
"아! 네! 엄마가 전화하셨더라고요. 소장님 오신다고 커피 신경 써서 맛나게 잘 뽑으라고"
"도대체 저 밖에 꽃들은 다 누가 심은 거예요?"
우리 둘이서 여름 내내 다 심었어요. 힘들어서 죽을 뻔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자매 사장님들의 얼굴은 잔뜩 그을려 있었다. 커피를 내주는 손도 거칠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저렇게 아름답게 꾸미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아직은 개업 초기라서 가을이라 꽃이 점점 시들어 없어지는데 우리만 보려니 너무 아까워요..."
깔끔하고 아늑하고 느긋한 시간으로 채워진 실내의 인테리어는 물론, 카페 정원의 빈틈없는 꽃과 나무들이 매력 있는 이 카페와 친절하고 싹싹한 자매에게 나는 금세 반했다. 주변에 딱히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장사가 잘 될는지는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일단은 내 건물이고 인건비가 안 나가니 손해를 보진 않을 거라고 초긍정으로 쾌활하게 웃는 자매 사장님들이 매력 있었다.
자리에 앉으시는 아버님들은 사장님들의 아버지 친구들인 모양이다. 사장님이 전화를 하신다.
"아부지, OO 아저씨 오셨어요."
그리고는 '나오신단다'라고 알린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 집에 놀러 오신 아버지 친구들과 딸 모습 같아 친근하고 정답다. 손 소독과 명부 작성, 체온 측정과 거리두기, 마스크 정확하게 쓰기를 요구하는 카페 사장님들의 사무적인 태도는 어쩐지 커피 맛도 떨어뜨리는 요즘이다. 나도 옛날 사람이라 커피 리필에 추가 요금을 받는 그런 시내의 카페보다 리필도 기분에 따라 선뜻 공짜로 주고 금세 구워져 나온 고구마빵을 자랑하고 싶다며 하나 내주는, 그리고 서로의 근황을 알고 묻는 그런 동네 카페라 발길이 더 닿는다.
"아버지 엄마 친구들이 많이 오시나 봐요?"
커피를 받으며 내가 묻자 사장님이 피식 웃는다.
"평일 낮시간에는 주로 그래요. 근데 그나마 해 떨어지면 다들 밖엘 나오지 않으셔서 우리 둘이서 불 켜놓고 음악 듣는 날이 많아요. 밤에 불 켜놓으면 진짜 예쁜데 너무 아까워요....."
밝게 웃는 사장님의 그을린 얼굴이 다정하다.
"사람들이 오시면 앉기도 전에 아부지 먼저 찾아요. 이러다가 여기가 어르신들 사랑방 되겠어요."
우리는 마주 보고 함께 소리 내어 웃었다. 아버지 친구들이 메뉴를 고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본다.
"얘, 은경아, 나는 대추차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