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선택
충분히 고민한 끝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가까웠다.
여유를 두고 방향을 탐색할 시간도,
조건을 하나씩 비교할 상황도 아니었다.
당장
일할 수 있는 자리,
바로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 시점의 나는
도전을 택하기보다
지속을 택하고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해 본 일을 떠올렸다.
다시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고,
설명 없이도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일.
능력을 증명해야 하기보다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자리였다.
계약직이라는 형태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완벽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의 생활을 멈추지 않기 위한
가장 빠른 길처럼 보였다.
그 선택에
각오 같은 것은 없었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도 아니었고,
잠시 머물겠다는 계획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필요한 쪽으로
몸을 옮긴 것에 가까웠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 선택이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이후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넘기고,
다음 달을 준비하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계약직을 구했다.
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