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들고 찾아온 그 남자

파운드케이크가 칼이 되어 돌아왔다?

by 밤결




비에 쫄딱 젖은 아저씨에게 건넨 파운드케이크

칼이 되어 돌아왔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서슬 퍼런 날 것의 쇠붙이,

진짜 칼이었다.


쇠붙이의 서늘함이 사무실을 뒤덮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낯선 텐트를 발견하고

'HELP'를 적은 쪽지를 두고 온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나는 직장인이지만

조금 더 천사의 마음을 충전할 수 있었다.


커피콩을 가는 일이 약간 줄어들었다.

대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약간 더 길어졌다.


그런 날이었다.





'띵동', "16번 있으세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덩치 큰 아저씨가 나타났다.


먼저 온 할머니와 상담 중이었음에도

눈에 띈 그.

민원창구에서 뭐라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내 자리 앞 대기의자에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느껴졌다, 그 아저씨다.


비 오는 날

젖은 손으로 파운드케이크를 세게 쥐어먹던 사람.

흔한 녹차 한 잔의 따스함을 낯설어했던 사람.

아마도 도심 속 낯선 텐트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상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다만 그것이

햇볕 내리쬐던 날 텐트 비슷한 실루엣을

살짝 봤던 일도,


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의

인기척을 잘못 들은 척했던 일의 몫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기 혹시... 쪽지... 맞으신가요?"


"네. 저 맞아요. 사실은 낯선 텐트가 있다는 제보가 있어서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


"크.... 흐흑..."


갑자기 아저씨가 울기 시작했다.

덩치 큰 아저씨가 흐느끼기 시작하자

사무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는 왠지 모를,

아니 알 것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잠시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시원한 녹차를 탈까 하며 잠시 일어났다.

그때였다.




"꺄악!" 별안간 어울리지 않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당탕탕!!" 하는 물건 떨어지는 소리도 더해졌다.

가뜩이나 집중된 이목이 더욱 커졌다.


놀라서 돌아보니

이 사무실에 있어서는 안 될 그것.


아저씨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생 날 것의 쇠붙이였다.


다행히도 나는 시원한 녹차를 타기 위해

손님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나도 너무 놀라 녹차에 얼음을 넣다 말고

움직임을 멈췄다.

칼을 꺼내든 손님도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 찰나의 순간이 멈춘 듯 길게만 느껴졌다.


비가 쏟아지던 날,

따뜻하지만 흔한 녹차를 낯설게 바라보고


젖은 손으로 온기를 갈구하던

덩치 큰 아저씨의 손이

칼을 쥐고 있었다.




사무실 공기가 얇아지는 게 느껴졌다.

비명이 멈추고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낯선 물건에서 나온 서늘함이

한여름 오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저씨의 품에서 나온 "HELP"가 적힌

메모지가 나풀거리며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