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낯선 텐트 출몰
"버스정류장에 낯선 텐트가 있어요. 누가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도심 속 버스정류장 뒤 화단.
풀이 무성한 그곳에, 그 남자가 살고 있었다.
따르르릉.
처음 전화를 받고는 잠시 사고가 멈췄다.
장난전화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구 40만 대도시의 버스정류장에
텐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낯설었다.
잠시 멈춰있던 나를 깨운 건
다시 울린 전화벨이었다.
"아까 전화한 사람이에요. 장난 아니고요.
진짜 여기 텐트 있고 사람 사는 것 같아요.
여기 초등학교 앞이니까 확인해 주세요. 무서워요."
"혹시 위치 모르겠으면 전화드려도 되죠?"
"네, 근데 제가 알렸다 하지 마세요 무서우니까."
.... 나도 무서웠다.
시커먼 아저씨라고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나는 월급 받는 직장인인걸...
전화를 끊고는 우선 두꺼운 지침서를 챙겼다.
이 지침서는
내가 당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사회복지사로서 당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만약의 경우
나를 지켜줄 방패가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달받은 장소로 향하는 길은
타는 듯한 햇빛 내리쬐고 있었다.
매앰, 맴! 시끄러운 저 매미는
이미 시들어 버린 개나리가 아쉬워 울었을까,
아니면 삼복더위 방패 들고 길을 나서는
직장인의 슬픔을 눈치채 울었을까.
매미도 나를 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평소와 다른 것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근처를 둘러봤다.
대체 어디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가며 찾았고,
버스를 여섯 대쯤 지나 보냈다.
17:40.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찾기를 그만뒀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지만,
자꾸만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정류장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던데요?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전화벨이 다시 울릴까 겁나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날의 기억을 애써 지워나가며 희미해지던 때였다.
출근길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문득 인기척이 들린 것도 같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도착해 커피를 갈아 내렸다.
우르릉, 쾅쾅.
조용하던 사무실에 천둥처럼 나타난 덩치 큰 아저씨.
말없이 대기 의자에 앉아
어깨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아침 버스정류장의 인기척이 생각났다.
커피포트의 물을 끓여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부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녹차 티백을 뜯어 담근 후
손님에게 건넸다.
아저씨는 그 흔한 종이컵 녹차를 낯설게 바라보더니
손으로 감싸 따뜻함을 한동안 느껴보는 듯했다.
식은 녹차를 한 입에 마셔버렸고,
그동안 직원이 가져다준 파운드케이크를
젖은 손으로 꾹 쥐어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혹시 어디 사세요...?"
내 질문에 말없이 지켜보던 손님은
고개를 꾸벅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남은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을 먹고 있는데,
어쩐지 목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가 그치고 다시 매미가 힘차게 울던 어느 날,
전화는 오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손에는 두꺼운 지침서 대신 수첩이 들려있었다.
텐트는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 뒤편
수풀 속에서 발견했다.
높게 자란 관상용 나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사실 보지 않으려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요.... 계십니까. 도와드리고 싶어 찾아왔어요."
응답이 없었다.
지나가며 보니 이미 사람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수첩을 한 장 찢어 메모를 남긴 뒤 발걸음을 올렸다.
얼른 사무실에 돌아가
원두를 갈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몰랐다.
그 텐트가 사무실까지 걸어 들어올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