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처럼 등장한 남자
우르릉, 쾅쾅 소리를 내며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덩치 큰 아저씨의 눈물...
아니 빗물 젖은 빵 한 조각에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날은 유난히 손님이 없던 날이었다.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의 거리는 한산했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출근을 하는
발걸음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다.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덩치가 제법 큰 아저씨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우르릉, 쾅쾅.
마치 천둥처럼 번개처럼 등장한 손님.
유난히 조용했던 날이랑 더욱 극적인 등장이었다.
우당탕탕.
손님이 지난 자리는 폭풍우가 지나간 듯
비의 잔해가 흩뿌려졌다.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던 손님은
잠시 두리번거리고는 대기 의자에 가 앉았다.
그리고는 추위에 지친 듯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어쩐지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 같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직원들은 눈만 깜빡였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듯
당황하지 않은 듯 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사무실에 천둥소리 두 번 정도 더 울려 퍼졌을 때
손님의 기침소리도 터져 나왔다.
"콜록, 콜록...."
기침소리는 침묵을 깨는 방아쇠가 되었다.
나는 대치가 깨진 틈을 타 녹차 한 잔을 들고
대기석으로 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따뜻한 물 한 잔 드세요."
말없이 바라보던 손님은 받아 든 차를
마시기 전에 손으로 폭 감쌌다.
파랗던 손이 약간 분홍빛이 도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약간 식어버린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멀리서 지켜보던 다른 직원은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와 건넸다.
며칠 전 까스활명수 아저씨와 큰 소리로 싸우던
직원이었다.
"괜찮으시면 이것도 드셔보세요"
이번엔 망설임 없이 빵을 받아 들더니
한 입 베어 물었다.
퍽퍽한 파운드케이크가 부서졌다.
덩치 큰 아저씨는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부서진 파운드케이크를 한 데 모아 세게 쥐었다.
비에 젖은 손 안의 파운드케이크는
바짝 압축되어 한 덩어리로 변했다.
아저씨는 덩어리 진 파운드케이크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나는 탕비실로 들어가 파운드케이크 두 조각을 들고 나와
한 조각은 아저씨에게 건네고,
한 조각은 한 입에 내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뱃속 포만감을 느끼며
오늘 저녁은 굶어도 될 것 같았다.
도움을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생각보다 오래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