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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지니 Feb 22. 2020

샴페인을 그냥 단 술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당신의 오산.

와인만큼이나 다양한 샴페인의 매력에 대한 탐구.

와인 책을 출간하고 지인으로부터 음식과 페어링 할 와인 좀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는다. 그때 가장 많이 추천해주는 게 샴페인인데, 친구들의 반응은 단술은 싫다며 질색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샴페인 하면 식전주나 파티 자리에서 폼 잡을 때나 마시는, 가성비 별로인 단술쯤이라는 인식이 있을 법도 하니 이런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샴페인을 그냥 단 술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마도 샴페인이 달다는 인식은 흔히 모스카토 다스티에서 온다. 한때 ‘여자들의 술’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누리던 모스카토에는 약한 탄산이 함유되어 이게 샴페인이다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모스카토는 머스캣 품종의 포도로 만든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렇듯 샴페인이 달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선 샴페인에 관한 용어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흔히들 탄산이 있는 와인은 모두 샴페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샴페인이라는 공식 명칭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포도를 수확해 정해진 생산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을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다. 샹파뉴를 제외한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는 스파클링에는 크레망이 있다. 그 외에 나라별로 생산되는 곳에 따라 이태리는 스푸만떼, 스페인은 까바, 독일은 젝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신세계에서 생산되는 것들은 통 들어 스파클링이라 부른다. 모두 알아둘 필요는 없다. 그저 프랑스의 샴페뉴 지방에서 나오는 스파클링만 샴페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제조방식부터 사용되는 포도 품종까지 샴페인과 다른 스파클링 와인은 아주 큰 차이를 갖는다.

샴페인은 피노 뫼니에, 피노누아, 샤르도네 이 세 가지의 품종만을 사용해하여 블랜딩해 만들어진다. 생산연도가 서로 다른 빈티지의 포도를 블랜딩 하는 것 또한 허용된다. 블랜딩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매 빈티지마다 맛 차이가 거의 없이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하우스의 샴페인이 좋은 샴페인이라 할 수 있다.

샤르도네 100%로 만들어진 샴페인은 블랑 드 블랑. 피노 누아 100%로 만들어진 샴페인은 블랑 드 누아라 부른다.


글. 그림 : 최소진


나는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할 때 고민 없이 고르는 술이 샴페인이다. 어중간한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나으며, 항상 어느 정도 이상의 맛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식전주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샴페인은 어떤 음식과도 페어링 하기 쉬운 최고의 와인이다. 식전주로도 좋고 메인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생선, 고기, 치즈 뭐든 함께 마실 수 있다. 보통 스테이크엔 레드와인이라는 공식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스테이크에 샴페인을 페어링 하는 조합을 더 좋아한다. 살짝 느끼한 고기의 기름기를 샴페인의 탄산과 적절한 산미로 씻듯 감싸주는 조화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샴페인의 또 다른 매력은 기포가 있는 와인이라 다양한 향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잘 만들어진 훌륭한 샴페인은 산미와 함께 고소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데, 향에서 참기름, 빵집에 들어가는 듯한 버터 향, 구운 사과, 누룩을 볶는 듯한 향이 그것이다. 이런 향을 느끼기 위해선 흔히 마시는 병목이 길쭉하게 생긴 샴페인용 플루트 잔보다는 화이트 와인잔을 이용해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좋은 샴페인일수록 더더욱! 탄산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 하루 지난 샴페인도 짱짱한 탄산 감을 유지하니 탄산은 말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매 잔마다 변하는 향과 맛을 즐겨보자.


한 가지 꿀팁은 엔트리급 샴페인도 집에서 1년 이상 숙성해서 마시면 처음 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컬러감과 맛을 보여주기도 하니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


알면 알수록 샴페인은 특별한 날보다 일상에 더 어울리는 술이다. 노곤 노곤한 하루의 피로감을 샴페인의 버블만큼 상큼하게 날려줄 술이 또 있을까?

그러니 샴페인이 달다는 편견과 인식일랑 밀어 두고 주말에 스테이크에 샴페인   어떨까?


본 글은<싱글즈 12월호>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책 정보

교보문고 : bit.ly/2jLpzsD

YES24: bit.ly/30yxv01

알라딘: bit.ly/2JvNC8Q


저의 첫번째 책 <몰라도, 와인>은 와인에 관심은 있지만, 마냥 어려워서 포기했던 와포자들에게 최대한 와인을 트렌드하게 담고자 한 책입니다.

와인 좋아하는 지인에게도 선물로도 좋겠죠?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와인, 일상, 여행 컨텐츠를 인스타 winessay에 올리고 있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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