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01
뿌리가 미친듯이 촘촘하거나 파란 줄기 끝으로 흙색의 몸통이 높게 자라나는 야자나무를 보았다 두꺼운 나무의 가지가 길고 굵게 내려 자라면 타잔이나 숲에서 길러진 어린아이만이 탈 법한 무거운 나무 덩굴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물은 모든 것을 반사하지만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선 꼼짝없이 그림자가 된다 나는 넓은 잔디를 별 마음 없이 걷다가 어울러 자라난 나무와 열대식물과 한번도 본 적 없는 목련을 닮은 플러메리아를 줍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무의 이름을 붙여 불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마음을 듣고 쿡쿡 웃지 않는 사람과 흐트러짐 없이 같은 모양으로 휘어질 마음을 먹고 싶다고 잠깐씩 되뇌였다
바람이 잔물결을 밀어내는, 생각보다 더 깊은 바다에서 우리는 서로를 목격했다 공기는 흐르고 나는 시간을 넘나들고 내 발은 다시 익숙한 곳에서 멈출 것이다 괜찮은 여행은 나무나 바람이나 물결 같은 것으로 남는다 내가 지나는 시간은 마음에 보석처럼 남을 것이고 어느 밤 나는 그 반짝임을 주워 쓰다듬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