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법이 이래요 /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출/감독: 최정열
극본: 이민섭
스트리밍 플랫폼 : 디즈니+, hulu 총 8화, 미국 디즈니+엔 없네요.
웹툰: CRG, 김규삼
웹툰 플랫폼: 네이버 웹툰, 시즌1 141화 완결 / 시즌 2 연재 중 (토요웹툰)
장르: 다크히어로, 액션, 스릴러, 범죄, 사회고발
선과 악
어디까지가 선이고 어디까지가 악인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선과 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시청을 하였다.
그런데 권선징악이라 생각하며 이 드라마를 시청하다, 마지막회를 보고 나면 선과 악의 개념보다 반역, 모순, 바위에서 깨지는 계란을 보고 난 듯 씁쓸하다. 사회고발에 더 가까운 느낌.
내가 보고 자라왔던, 인류를 위한 순수한 선과 정의와는 살짝 결이 다르다.
처음 '비질란테'Vigilante를 들었을 때 그 단어가 생소하다.
비질란테의 뜻은 '법에 상관없이 정의를 구현하는 자'다.
스페인어에서 생겨난 말로 스페인어로는 '깨어있는 자', '감시하는 자'라는 뜻이다.
영어사전에는 '자경단'이라고 나오는데, 그 뜻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고 한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총 141화 웹툰을 8화 드라마로 만드느라 웹툰만큼 인물 설명이 세세하지 못해 웹툰 팬들은 아쉬워하지만, 그 광대한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여 필름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본다. 이 부분은 독자와 시청자가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해리포터도 영화화되었을 때 책 속 모든 디테일을 담지 못해 독자들은 아쉬워했었다. 책을 읽지 않은 친구와 해리포터 영화를 관람한 후,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한참 동안 극장 앞에서 설명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그런 경우는 디테일이 생략되었기에 '왜 그런 거야?' 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웹툰 마지막화에 방씨가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드라마상에서는 없다. 방씨의 배경까지 다루기에는 시간이 모자르지 않았을까.
비질란테 드라마는 최대한 웹툰스토리와 비슷하게 진행되었고, 웹툰 1화부터 사용했던 비질란테 로고 또한 드라마에서 사용하였다. 그만큼 웹툰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작품이다.
스토리와 구성이 탄탄하고, 중간중간 시원한 사이다 장면도 나온다.
법은 세상 나쁜 놈들을 결국 풀어주었고, 그런 놈을 비질란테가 처리해 준다. 그것도 그들이 반성의 기미도 없이 사악한 행동을 하려 하는 찰나에 나타나 시원하게 밟아준다. 사이다다.
그런데, 그런 잔인한 장면을 보면서 사이다라 여기는 나 또한 선과 악중 어느 마음인지 헷갈렸다.
물론 연기일 뿐이지만, 스토리 전개상 이유가 있다지만, 그런 행위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건 김지용 캐릭터와 같이 내 속에도 그런 선인지 악인지 모를 모호한 면이 있는 건가, 혹은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 건가.. 란 의문이 들었다.
꽤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능한 작품이지만 미성년자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는 아니다.
여하튼, 일단 나는 사심팬으로서 남주혁 (김지용) 편에 서고자 한다. ( 네, 드라마퀸은 여전히 주관적입니다.)
사실 김지용도 '순수한 선'의 결정체라 할 수 없다.
어릴 때 경험이 그를 비질란테로 만들었지만, 법의 심판 없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살인을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살인을 해 본 자들만이 느끼는 점이 있는데, 한 소시오패스 살인 범죄자는 순해 보이는 김지용으로부터 그런 점을 간파한다.(웹툰 2부) 마음은 선하고, 약한 이를 돕는 정의며, 스스로 지키는 행위이긴 하지만, 결국은 살인자라는 거.
최미려 기자, 재벌 2세 조강옥 모두 '정의'편인가 싶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그들 시작에는 사연이 있다. 억울함, 분노가 깔려있고 보이지 않는 거대악에 복수를 하는 거다. 그 거대악이 악한 범죄를 저지르므로 우리 눈에 비질란테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히어로로 보이는 거다. 적어도 약한 소시민을 지켜주니 정의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조헌은 아직 배경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그런 무력 최강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기에 그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분명 그는 어릴 때 약한 존재였다는 점은 예상할 수 있다. 조강옥도 아버지와 사연이 있음을 암시하지만, 시즌1에서는 아무래도 김지용과 비질란테의 시작에 더 포커스를 두긴 했다
드라마 리뷰를 하다가 생각이 너무 멀리 갔을 수도 있지만, 요즘 현실 세상을 보면 씁쓸한 일들이 많다.
세상에 정의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도 한국도 유럽도,, 거대악에 맞설 정의를 가진 선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이 문구들이 웹툰 원작 소개글에 있다. 작품을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세문장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김지용은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경찰 대학생이고, 주말에는 법을 심판하는 인물로 그를 둘러싼 의혹과 사건사고들이 전개되는 액션, 사회고발 드라마다.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되면 안 되는 살인과 폭력이지만, 사이다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액션씬도 상당히 멋지다.
김지용뿐만이 아니라,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비질란테를 구성해 간다.
몇가지 유행어 같은 어록들이 있는데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김지용 (남주혁 배우)
경찰대학에서 모범생인 지용은 외출하는 주말동안 악인들을 찾아 법대신 죄를 묻는다. 머리도 비상하고, 격투도 아주 능하다. 무조건적으로 벌을 주진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하는 사람은 넘어가고, 그렇지 않은 범죄자는 심판한다. "고맙다, ㄱㅅㄲ로 남아있어 줘서.."라는 말과 함께 그의 응징은 시작된다. 묵묵하고 말이 없는 편이다. 항상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후드로 살짝 가린 채 다닌다.
원작 웹툰에서는 170cm 초중반 키에 크지 않은 체구지만, 드라마에서는 187cm의 남주혁이 연기한다.
배우 남주혁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마냥 김지용역으로 무척 잘 어울렸다. 외모뿐만 아니라, 액션 연기까지 모자람이 없었다. 그가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었는데, 큰 여운을 남기고 자리를 비운듯하다. 항상 신이나 선한 역을 하던 로맨틱 드라마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거대악이 있음을 알고, 임관식, 마지막 장면에서의 표정 연기는 그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듯하여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조헌(유지태 배우)
경찰대학 선배. 키가 2m가량 되는 근육질의 피지컬 괴물이다. 웹툰에서는 조질란테라 별명이 있을 만큼 강한 인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비질란테광역수사대 팀장이며, 무력 최강자이다. 근육질에 덩치가 크지만 스피드까지 빠르다.
무뚝뚝하고 말이 많이 없고, 기존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지만 그 내면에는 정의감이 있다.
경찰로서 범인들에게 존댓말을 써주며 경고를 하다 그래도 듣지 않을 경우 "이제부터 내가 너한테 반말을 하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알림을 한 다음 범죄자들을 조진다. 그의 예리한 수사력으로 김지용을 찾아내나, 그 후배를 보호하려 한다. 결국 지용의 바람대로 그도 비질란테가 될 듯싶다.
배우 유지태는 이 배역을 위해 근육량을 올리고, 20kg을 찌웠다고 한다. 원래는 2미터가 넘는 거구인 캐릭터이지만 현실에서 찾기 힘든 신장이라 그런지 드라마에서는 188cm 신장을 가진 유지태 배우가 조헌역을 소화한다. 7-8명 괴한과 싸워도 부상 하나 당하지 않을 만큼 강자이다.
조강옥 (이준혁 배우)
DK그룹 부회장. 어릴 때 배트맨을 보며 히어로의 꿈을 꿔왔다는데, 그저 히어로 놀이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아버지 관련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 조강옥은 비질란테를 찾아내고, 서포트하며 비질란테의 구성원이 되어간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나 배트맨의 브루스웨인 같은 느낌이다. 호기심 많고 심심한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 같았는데, 싸움도 잘해서 최미려 기자를 살리기도 하고, 지용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많은 이들을 감당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재벌인 만큼 정보력도 빠르다.
이 캐릭터도 시즌2에서 배경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최미려 (김소진 배우)
르포 25시 PD. 똘끼 가득한 기자. 비질란테 명칭을 만든 빨간 머리 여기자다.
웹툰에서는 20대지만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더 있는 30대 여성이다. 그녀는 비질란테를 절실히 찾기 바란다.
권력에 조정되는 회사를 그만두고 1인 뉴스를 진행하며 사회 고발을 이어가다가 납치도 당하며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다가, 결국 비질란테를 만나게 된다. 대범하고, 호탕하며 맡은 사건에는 끈질기다. 고문을 당하는 중에도 호탕하게 웃기도 하는 듯 무서운 방씨보다 어쩌면 더 사이코패스일지 모르겠다.
김소진 배우의 연극하는 듯한 발성법이 개인적으로 살짝 불편했다.
그 외 빌런으로 김삼두와 엄재협, 방씨, 짤순이, 쇠돌이 등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다크히어로물인지라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각도와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고 다이나믹하다. 디자인적으로 크게 눈에 들어왔던 점은 로고와 후드 디자인이다.
강직한 폰트 위에 거친 질감으로 표현된 타이틀 로고.
컬러로 바꾼다면 저 거친 자국들이 어쩌면 핏빛이 아닐까 싶다. 로고는 웹툰에서 사용되었던 것으로 드라마에서 그대로 사용한 경우는 처음본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그래픽과 스토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주인공 김지용의 상징적인 후드티. (개인적으로 후드티를 좋아하는데, 후드가 이쁘게 잘 빠진 듯하다.) 가라앉지 않고 모양이 잘 유지되는 후드가 주인공의 특징인데, 가면을 쓰지 않아도 어둡게 얼굴을 잘 가린다. 항상 모양이 비슷하게 잘 유지되는 걸 보면서 철사로 고정을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어린 시절 억울한 일을 당했던 한 아이는, 살인을 했음에도 쉽게 풀려나 교화는커녕 사회에서 계속 범죄를 저지르며 사는 악인을 보며 스스로 범죄를 처단하게 되었다.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다 보니 보니 거대악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달걀로 바위를 친 마냥 분노스러운 마침을 하게 된다. 거대악은 조져지지 않았다. 주인공들과 빌런들이 엄청 노력하며 싸웠지만 결론은 권선징악이 아직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품이 더 기억에 남고, 시즌2를 기대하게 된다. (결국은 바위가 깨지는 이야기를 보고싶다.)
시청자들은 호불호가 있다. 개인적 생각으로 솜방망이 처벌과 가해자 보호에만 급급해보이는 실제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그저 그런 현실을 비질란테란 판타지 주인공이 드라마에서는 처리해 주기에 대리만족이라 보면 되겠다.
탄탄한 구성과 인물들의 근본있는 행동과 성격들, 또한 화려한 액션등 전체적으로 잘 제작된 작품이다.
별점: 별 다섯
*사진 사용에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리뷰글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