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블리 Jun 07. 2019

지치고 힘든 날에 필요한 생각들

소중한 우리에게

   아침부터 오른쪽 귀가 간질간질합니다. ‘누가 욕을 하나?’

딱히 다른 사람에게 지탄받을 일은 안 하고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주관적이니 의지와 상관없이 욕을 먹기도 합니다. 그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에 수없이 노출되어 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다 보면 괜히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뭔가 나만 잘못되고 문제 있는 거 같고 그 원인을 계속 스스로에게서만 찾기 시작하면서 슬럼프는 눈덩이처럼 커져서 우리를 후려칩니다. 정말 '누가 내 욕을 하나?' '미움받을 짓을 하고 사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런 감정들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오며 극복해야 할 허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면 마음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특히, 심리적인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형성되어 있기에 갑자기 방향을 틀어 생각해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간단한, 군대에서의 영점사격도 측정 결과에 따라 자신이 조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도 행동의 ‘보정’이 쉽지 않은데 마음의 문제는 바로잡기가 더욱 힘듭니다. 때로는 자신이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직시하는 것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극복하자는 생각만 앞서다가는 문제가 더 커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스로를 찾아야 할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각자만의 노하우도 있겠지만 사실 가장 빠른 방법은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까지 아니라고 판단할 힘이 남아 있다면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습니다. 실제 우리는 조금만 일상에서 벗어나도 기분 전환이 되기에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나씩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떨고 가지 않던 길로 가보는 등의 사소한 것 모두가 좋은 자극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 공간에 일기라도 쓰면 생각 정리가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이 불편하다면 어릴 때부터 머리에 남은 '보여주기'에 부담을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어릴 때 일기장 검사받듯이 글은 곧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인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부담을 내려놓고 혼자만의 공간에 어떤 형식으로라도 쓰다 보면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일상의 변화, 글쓰기 말고도 각자가 가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애를 하고 우정을 다지고 쇼핑을 하고 세상에는 많은 기분 전환 방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다시 원래 페이스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 해결이 되지 않고 계속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잠식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는 괜히 혼자 방법을 찾겠다고 고생하는 것보다 전문가를 찾는 것이 답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 가거나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감기에는 그 누구도 쉽게 그러지 못합니다. 마음의 치료라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마음의 병이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나약한 인간'이라던가 '밖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좀 그래' 등의 무심한 주위 반응도 악순환을 연속시킵니다.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무심한 발언이 그대로 치명적인 방아쇠가 됩니다.


   즉, 보통 사람들은 '친구 좀 만나고 바람만 쐬는 정도로도' 풀리는 마음의 병을 본인은 풀지 못한다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 정말 요즘의 무분별한 힐링 사업에 꽤 심한 거부반응을 느낍니다. 이런 사업적인 힐링은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대상으로 묶어서 진행 하기에 그 범위를 벗어난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힐링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는데 같은 마음을 강요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적인 치료에 대한 불안감(정말 내가 미친 사람인가?)이나 치료 기록이 가져오는 주홍글씨의 두려움(많죠, 보험 거부, 입사 거부 등등)이 선뜻 전문적인 치료자를 찾아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특히, 주홍글씨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피해 사례들이 마치 속설처럼 구전으로 전해지며 떨쳐내기 힘든 불안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문제가 있어 계속 힘들어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더 긍정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지 않을까요? 모든 정신의학적인 치료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기자극이나 강제 입원처럼 무서운 것들이 아닙니다. 치료자와 편하게 대화로 풀어가는 경우가 더 많고 약물치료는 드물다고 합니다. 물론, 의사들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요즘 나오는 약물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뇌의 해당 부분만 정확하게 수리한다고도 합니다. 신문이나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라고 불렀던 많은 괴로움과 문제들이 결국 화학적인 호르몬의 양으로 조절된다는 게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문제가 단지 화학적인 작용의 결과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럴 경우 전문적인 상담 치료를 통해 나를 분석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이런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낄 만큼 지친 분들은 관련 책들을 조금 읽어보시면 경계심이 많이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마음의 문제는 자존감의 문제와 미묘하게 엮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수치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것이 융합되면 모멸감이라는 강한 피드백이 스스로의 마음을 강타합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분산해서'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취업을 실패했다. 사랑에 실패했다 이런 경우 보통 사람들은 그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 반성을 합니다. 취업에 실패했고 사랑에 실패했지만 다른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분산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그 모든 것을 '난 안될 놈이야....'라고 생각해버립니다. 스스로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낙담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끔은 그렇게 스스로 바닥을 쳐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매사에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문제가 됩니다.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과거를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내면 어딘가에 '계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의 ‘계기’에서 느낀 감정을 잘 찾아서 조절하면 문제의 열쇠가 보이는데 그것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 길을 찾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치고 힘든 날에는 건강한 사람도 기꺼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곤 합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탓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탓하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려고 하는 스스로를 더 칭찬하고 사랑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요? 때로는 ‘이런 세상이 문제지 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끼는 나를 위해 이런저런 변화를 줄 수도 있고 글을 써보려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많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달랠 의지도 생기지 않을까요?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길게 보면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자신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자책의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나라도 나를 아껴줘야 살아갈만한 힘도 생기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으신가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가장 든든하고 항상 같은 편인 '자신'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봄의 꽃처럼 다가가고 싶은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다페스트에서의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