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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 Jun 05. 2019

부다페스트에서의 날들

걷다 보면

   자주 비가 내렸던 부다페스트 체류 중 흔하지 않게 맑았던 이 날을 기억한다. 유독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서 불편했던, 익숙한 그 어느 것과도 떨어져 있고 싶었던 시간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비극적인 일로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는 도시지만 불과 한 달 전에 난 그곳에서 남은 날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그 도시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 생각들이 신나는 여행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씩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머리가 복잡하고 깨질 거 같을 때는 그저 걸으면 된다.


그걸 다시 깨달은 부다페스트 여행, 2만보를(4시간을 걸었는데....?? 갤럭시 와치가 헷갈렸나) 걸은 이 날에 낯선 도시의 거리거리마다 생각과 고민들을 버려내고 왔다. 누군가 그것들을 줍는다면 나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될까? 알 수 없는 질문이지만 같은 고민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부다페스트 언드라시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 다녔던 이날, 난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됐다고 믿는다. 닥쳐올 날들을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 시간들이 있어 나를 지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역사는 어느 정도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은 국사 공부하듯이 책을 읽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당장 이 영웅 광장(회쇠크 광장..?)에서 난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일 뿐이었다. 현지인은 이 풍경을 보고 바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내게는 그저 이렇게 걸었는데 이 심심한 풍경은 뭐지?? 정도의 의미로만 다가왔으니까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을 전쟁기념관에 데려다 놓으면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겠지.

뭐든 알아야 보이는 법이다. 나라든, 도시든, 사람이든


물론, 그걸 애써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본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날아가버리므로.


서사의 순서가 조금 바뀐 느낌도 있지만 한 달 전의 여행 이야기를 앞으로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타지에 갔었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삶의 갈피를 가늠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왔던 그 시절을 추억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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