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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 Jun 08. 2019

연회비를 자동 이체하면 마음을 드립니다

서운하지 않게

   

   올해도 연회비를 자동이체로 바치겠다는 맹세를 하고 코스트코에서 받아온 가방입니다. 블로그 후기를 보니 수염 아저씨 그림이 예쁘던데 제가 갔었던 일산점은 전부  디자인을 받게 되는  같습니다. 사실 주는지도 몰랐는데  계산대에서 다른 손님에게 알려주시는 것을 번개같이 캐치해서 받아 왔습니다. 현대 사회는 뭐든 직접 쟁취해야 합니다.


   적어도 일산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부 같은 가방을 갖게  테니 묘한 동질감이 들기도 합니다. 같은 디자인에 같은 가방이지만 쓰임새는 전부 다르겠죠? 찬찬히 가방을 보다 보니 저렴하게 물건을 사겠다고 연회비를 냈을 뿐인데 과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품질이 좋습니다. 이런 보답을 받을 만큼 내가 잘한 게 있나..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살면서 예상치 못하게 얻은 것들에 대한 쓰임새를 떠올려 봤습니다. 가끔 어떤 물건을 얻게 되면  용도를 고민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나에 대한 호의로(하다못해 지나가다 받은 물티슈 사은품이라도…) 준 물건인데 함부로 대하긴 그렇고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은데 마땅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딘가에 모셔놓다 보면 어느새 존재 자체를 망각하기도 합니다. 아끼려다 아예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는 물건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답받은 마음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한 용도를 찾는다고 계속 쓰지 못할 바에는 일단 뭐라도 쓰고 그게  물건의 용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고 말이죠.


   일면식도 없는 코스트코, 현대카드도 자동이체라는 사소한 맹세를 하니 이렇게 선물이라는 형태로 보답해주는데 살아가면서 맺는 많은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보답을 기대하기 힘든 걸까요? 어쩌면 사람 관계는 서로가 상대의 ‘보답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주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받는 것에는 익숙해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고작 ‘사은품 받고 사람 사이의 이치를 말하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사은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뭔가 하찮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걸 마련하기까지의 마음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듣기로 시중에서는 15,000원 상당의 가격이라는데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자동이체를 맹세하는 사람이 적은 숫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인원만큼 예산을 마련하고 사은품 후보를 고르고 심사를 하고 발주를 하고 포장을 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지금  손에 들려 있는 것입니다. 심드렁하게 포장 박스를 뜯으며 바라볼 물건이 아닌 셈입니다.  단계의 모든 사람(담당자가 되겠죠?) 오로지 받는 사람의 기쁨만을 위해 기획하고 준비하고 마련한 선물입니다. 가방이라는 형태로 받았지만 나를 신경 써주는 마음을 받은 것과 진배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충만해지는 밤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나를 위해 신경 써서 선물해준  가방에 많은 것들을 담아가며 살아가게 되겠죠. 저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담을  있는 ‘마음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만 있다면  글을 일부러 찾아와서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살아가면서 느낄 모든 슬픔을 넣어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를 하나씩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오늘도 이어지길 바라며  행복한 저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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