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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나의 생각

원인 : 대중매체의 '감성의 결여'

by 감탄쟁이

요즘들어 뉴스를 보면 학교폭력 얘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 언제나 학교폭력은 존재해 왔지만 그래도 요즘은 정말 차원이 다르게 도가 심한 것 같다. 단순한 폭력이 아닌 성인들도 하기 어려운, 너무나도 잔인한, 어린 아이들이 맞나 도저히 이해가 가지도 않고 멘탈붕괴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분명 예전에도 이러한 것이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들리는 소식이나 당시 학생들과 요즘 학생들을 비교하여 겉보기에도 지금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친 폭력을 저지른 학생만의 문제로 보고 그 학생만 죽여버릴 정도로 복수하면 해결 될까? 단순하게 속은 시원할 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분명, 최근들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존재하는 것 같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가정에서의 교육의 부재를 꼽을 수 있겠지만, 물론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왠지 '감성의 결여'가 아닌가 싶다. 즉 따뜻한 사람이 되질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성의 결여의 원인은 또 무엇인가.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다음의 내용은 대한민국 입시를 비롯해 청년실업 등 전체적인 문제를 비판한 글이지만 학교폭력과도 관련이 있어 옮겨본다.


- 예술이 밥 먹여주냐? 응, 몰랐냐? ... 백성이 생각이 없으면, 통치자는 그 노동력을 컨트롤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생각이 없는 국민, 철학이 없는 사람들, 이런 국민들은 언론만 잘 조장하면 얼마든지 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 최근에 고등학교에서 미술 과목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철폐했다. 이미 음악교육도 사라졌고 특별활동도 멸종했다. 오로지 수능 과목만 족집게 강의로 링거 주사처럼 투입되고 있다. 우민 교육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 이것은 학교가 아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며, 거기서 길러지는 것들은 인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노래하지 않고, 놀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리저리 시도해 볼 겨를조차 없는 나라. ...

대한민국이여, 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볼펜을 들고 아무 종이에나 시를 써라. 시가 안 써지면 우선 낙서라도 해라. 혹시 장롱위에 처박아둔 통기타가 아직 있다면 무엇이든 좋으니 예술적인 것을 찾아라. ... 예술을 향유하면 생각이 깊어지고 교양과 품위가 깃든 눈빛이 되며 남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 소위 선진국이라는 것은 알고보면 다름 아닌 '예술적인 면모'를 갖춘 나라이다.

... 최근 들어 이과를 홀대해서 국가 기간산업에 허점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장관 자리에 이과 출신을 의무적으로 약간씩 배치한다는 등 뒷북을 치고 있는데, 예체능 교육의 결핍이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정신이 빠지면 몸에 집착하듯이 예술이 결핍되면 외설이 만연한다. 형이상학이 가벼워지면 형이하학으로 기우는 균형의 이치. 지금 우리 문화는 너무도 육체 지향적이고 너무도 외설적이지 않은가. 성형수술이 오히려 경쟁적 자랑거리가 되고 텔레비전 가요 프로에 등정하는 소녀 댄스그룹의 스테이지는 미아리쇼를 방불케 한다. 한철 인기가 끝나가는 연예인은 퇴기처럼 마지막으로 누드 사진을 팔기에 바쁘고 젊은이들은 카드 빚을 내서 제 몸을 명품 브랜드로 치장하는 데 미쳐 있다. 이 모든 천박한 풍저는 그들의 우매함 때문이 아니다. 예술이 결핍되고 철학이 멸종하여 낭만이 사라지고, 품위와 교양과 우아함을 잃어버린 사회의 어두운 병색이다.

역사적으로 통치자와 그 위정자들은 국민의 의식을 일깨우고 기껏 주입한 가치관에 혼란스러운 의구심을 품게 하는 예술가들을 억압해왔다. 시인들을 감금하고, 의식있는 노래들을 금지시키고 모든 예술작품을 검열하여 예술의 힘을 거세시켜왔다. 학교에서 진정한 예술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예술적 기쁨보다 환락적 기쁨에 젖게 만들어 물욕을 만연하게 해서 스스로 돈버는 기계를 자처하도록 조장해 온 것이다. ... -



현재 대한민국은 감성이 너무나 결여되어있다. 책을 읽지 않고, 음악을 찾아 듣지 않으며, 뭐만 하면 '오글거린다'라는 표현을 써 차단시켜 버린다. 그나마 영화만 대중적으로 잘나가고 있다. 드라마도 쓰레기같은 내용에 아무 쓸모없는 시간때우기용 중독성이 넘쳐나며 가장 유행한다는 음악들은 청력소모용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중매체가 너무나 건조하다.

성인이라면 대중매체에서 주입시키는 이러한 감성없는 것들은 필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들이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다 그런건 아니지만.


TV에서 나오는 것만 보고 편한 것만 찾고 겉모습에만 치중하며 들려오는 노래만 듣는다. 감성이 키워질 리가 만무하다. 부모님의 따뜻한 가정교육의 부재가 추가되어 총체적 난국으로 빠지고 있다. 메말라 비틀어진 마음과 더불어 주입식으로 길러지는 교육수준이 합쳐져 현재의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너무나도 끔찍히 잔인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겉만 중시하고 내면의 중요성을 느낄 틈이 없고 겸손과 배려는 개나 줘버리고 이기적인 자기중심주의의 성격만 늘어나고 생각할 필요 없이 무조건 재미만 있는 웹툰이나 드라마만 탐닉하고 하는데 어찌 잔인하게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장 수 년 전까지와 비교를 해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학소녀라는 용어는 사라진 지 오래고 최신인기가요의 수준차이도 너무나 극명하다.


'흐린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 해요. 내소년 시절에 파랗던 그꿈을. 세상이 변해가듯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무엇을 찾아 이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앞에 생이 끝나갈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그대여'

- 무한궤도, 우리앞의 생이 끝나갈 때


'이제는 힘들어도 지쳐도 쓰러지지 말고 당신의 내일을 생각하며 일어나요. 사업에 실패했어 사랑에 실패했어 그 어떤 것도당신을 쓰러뜨릴 순 없어. 알고 있죠 세상엔 당신 혼자가 아니란 걸 주저앉아 슬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아는걸 우리모두 일어나요 손을 내밀어요 모두 다 함께해요... '

- HOT, 빛


'아버님 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마침내 조그만한 식당을 하나 갖게 됬어. 그리 크지 않았지만 행복했어. 주름진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 어머니와 내이름에 앞글자를 따서 식당 이름을 짓고 고사를 지내고 밤이 깊어가도 아무도 떠날줄 모르고 사람들의 축하는 계속 되었고 ...'

- GOD, 어머님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 '

- 산울림, 청춘


모든 학생들이 억지로라도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에서 감성교육을 따로 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억지로 교육받는다고 될 것도 아니고 이것도 마찬가지로 주입의 폐해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정규 과목으로 조금이라도 편성해서, 그 시간 내에 자유롭게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눈물 쏙 빼는 감동적인 동영상을 틀어준다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있는 영화를 한편 본다든지, 좋은 글귀나 명언을 보여준다든지, 여행 리뷰나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여준다든지, 예전 낭만적인 음악을 틀어준다든지,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짜여진 교육시스템과는 다른 신선한 것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교직에 나가 있거나 준비중인 친구들 몇 명이 생각난다. 그 친구들이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뭔가 잘못되긴 심하게 잘못되었다.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고들 하는데 단추가 잘못 꿰어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오버하는 것일까.

감성의 결여가 학교폭력의 주 원인이라고 여기는 것은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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