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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주는 자, 영향을 받는 자

내 성격의 전환점이 된 영향

by 감탄쟁이

작년 광안대교 걷기대회에서 축하 공연을 한 너트형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린 적이 있다.

너무 좋아하는데 그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내가 크라잉넛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 친했던 한 형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형과 노래방만 가면 자체적으로 크라잉넛 콘서트가 되곤 하였는데, 그 형이 부른 '고물라디오'는 평생 잊을 수 없을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말달리자'.. 그 형에게 배운 무대메너 덕에 다른 친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거의 내 콘서트가 되어버린다.


한번은 해운대백사장에서 열렸던 어떤 행사의 기념 공연에서 크라잉넛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보았는데,

그 형과 같이가서 떼창을 얼마나 신나게 했던지.. 폴더폰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우리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경험으로 인해 내가 공연장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나는 중학생 초반까지는 극내성적인 아이었는데, 그 형과 어울리게 된 이후로 성격이 180도 변해버렸다.

그리하여 그 시절 그 형을 나는 우상으로 대하며 쫓아다녔다.

벌써 10년이 넘었네.


어쨌든 그날 오랜만에 그 형에게 연락을 하여 자랑스럽게 너트형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누구랑 찍은 것인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드디어 크라잉넛과 같이 사진을 찍게되었다고 자랑하고 나서 들은 충격적인 말.


"나 크라잉넛 좋아한 적 없는데 ...."


이럴수가. 거의 내 인생을 바꾼 영향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10년 전의 추억이 날아가버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누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경우는 잘 알지만,

영향을 준 누군가는 자신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 모를 경우가 많다.



난 누구에게 영향을 준 경우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영향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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