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화창고

2012 대라페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

신나서 죽을 뻔 하다

by 감탄쟁이

부산사람이 대형 락페에 다니기란 쉽지만은 않다. 우선 부산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락페인, 훌륭한 부산락페가 있지만 1년에 한번 뿐이다. 좋아하는 밴드, 뮤지션들은 서울에서 매우 자주 공연을 하지만, 공연을 보러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가기란.. 정말 큰 마음 먹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리고 역시 삶에서 중요한 결정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또 한번 느꼈다.

올해 펜타포트 예매까지 했다가 사정상 취소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친구가 대라페를 소개해주었고 얼리버드 티켓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1시간만에 매진이 되어 낙심했는데 또 다른 우연히 알게 된 분이 추가예매 정보를 알려주어 결국 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하여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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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2에서 가장 응원한 친구가 김지수이고, 데이브레이크 들었다놨다에 빠져있고, 펜타포트에서 칵스를 보고싶었는데 못봤고, 탑밴드1에서 가장 좋아했던 게이트플라워즈,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어반자카파, 한창 화제인 이스턴 사이드 킥, 국카스텐과 함께 알게 된 문샤이너스와 허클베리핀, 별빛이내린다의 안녕바다 등. 그리고 가장 나의 심장을 뒤흔든 결정타는... 7년동안 기다린 크라잉넛이 있었다. 2005년 해운대에서 처음 크라잉넛 공연을 보고 (그 당시엔 노래방에선 크라잉넛으로 미친듯이 놀았었다) '너트 형님들이 늙기 전 공연 한번 더 봐야되는데..'라고 항상 생각만 해오다가, 이번 대라페 최종라인업에서 크라잉넛이 뜬 것을 들었을 때, 정말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서울가는 길은 엄청 편했다. 사상에서 남부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는데 23500원 밖에 하지 않았고 우등버스라서 자리도 매우 만족했다. 시간도 4시간 30분밖에 걸리질 않아 아침에 타서 점심에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서울 가는 길이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이 정도면 큰 부담없이 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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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에 큰 태풍도 2개나 닥쳤지만 다행히 공연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여담으로, 태풍이 별피해없이 지나갔다고 호들갑떨거나 별거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매우 싫어한다. 내가 피해를 안 입어서 다행인 것이지,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당한 곳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잔디 위에서 자유롭게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들, 무대 앞에 왔다갔다 하면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분위기가 마치 지상낙원 같았다. 특히 가족끼리 온 일행은 너무나 보기 좋았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도착해서 처음 본 공연은 타틀즈의 무대였다. 잘 몰라서 스킵하려 했지만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라는 설명에 곧바로 뛰어갔다.

거의 완벽한 영국식 발음으로 존 레논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비틀즈 초기 곡들을 연주하는데, 너무나 산뜻하고 노래실력도 뛰어났다.


타틀즈 공연 분위기

' 지금부터 우리는 60년대의 리버풀로 떠나갑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 때의 소년 소녀 팬들이 되어 있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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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플라워즈는 정말 놀라운 라이브를 보였다. 특히 염승식의 신들린 듯한 기타는 조금 과장해서 마치 지미 핸드릭스를 보는 듯 했다.

한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앨범을 가지고 이정도의 영향력을 펼치다니 놀라울 뿐이다.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공연은 사람들을 춤판으로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이 홀린듯이 몸을 음악에 맡기고 춤추는 분위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고고스타와 칵스가 연이어 나왔다. 일정상 5곡 씩 밖에 못하는게 원망스러웠다.

처음 본 고고스타의 무대는 한마디로 미친 무대였다. 마치 마약한 것 같았다. 너무나 인상깊어서 순식간에 고고스타에 빠져버렸다.

칵스는 예전부터 보고싶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연주실력과 무대 장악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노래 못한다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내가볼땐 충분히 좋은 라이브였다. '밴드계의 빅뱅'이라는 별명이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칵스 깃발을 들고 가는걸 봤는데 문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 THE KOXXLAM '


칵스 + 슬램의 절묘한 단어. 쥑인다!



마지막으로 데이브레이키를 보았다. 시간이 없어서 「들었다 놨다」만이라도 듣고싶었는데, 가기 직전에 드디어 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놨다를 때창했는데 속에 있는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 정말 명곡이다.




둘째날은 김지수부터 보았다. 슈스케 출신의 이건율과 같이 공연을 했는데, 기타실력이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리고 얼굴과 매치 안되는 그 미친듯이 감미로운 목소리..... 멋진 무대였다. 여기저기서 '아 좀 수염밀고 머리좀 깍아라'라는 원성이 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어리다는 게 적응 안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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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자카파의 무대는 동생을 대라페에 같이 오게 해 준 소중한 무대였다. 최근에 어반자카파에 빠져 씨디도 구입했고, 모든 노래를 따라불렀다. 내 생각에 오늘 라인업 중 가장 대중적인 가수가 아닐까 싶다. 많은 친구들이 어반자카파는 알더라.. 세션들의 안정적인 연주와 함께한 라이브는 매우 훌륭했다. 마침 스마트폰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 어반자카파가 올려져 있었다. 여기서 공연하는 시간에 TV로는 나가수2에 나오고 있었다.




최근에 탑밴드를 통해 알게 된 로맨틱 펀치는 이번 대라페 중 가장 미친 무대였다.

5곡 내내 그들의 무대에 압도되어버렸다. 미친 가창력, 화려한 연주, 쉴 줄 모르는 퍼포먼스와 무대매너, 모든 사람을 삼켜버린 무대장악력과 그 분위기....... 상상이상이었다.


뜬금포로 렉시가 나왔다. 이러면 안되지만, 좀 분위기를 깨는 느낌이었다.

내생각엔 오랜만에 컴백을 하기 전의 대형무대이라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는 빨리 버스타야 하는데 중간중간에 말을 너무 많이해서, 시간을 끄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너트 형님들의 무대!!!!!

7년동안 기다린 무대!!

그리고 역시나! 최강의 무대였다!

모든 곡을 때창! ㅠㅠ 오래 묵힌 소원을 푼 날이었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서 형성된 대형 슬램존! 몸 사리느라 들어가진 못하고 동영상만 찍었다.


정말 신나고 화끈하게 논 이틀이었다.

부산 사람인 것을 항상 안타깝게만 생각해 왔었는데, 현실은 바뀌질 않는다. 내가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이 정도 수고는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심각한 병에 걸린다면, 항상 웃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

이러한 락페에 데려달라 할 것이다. 그러면 왠지 병이 사라질 것만 같다.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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