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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국카스텐 연말 단독콘서트

한 해의 스트레스를 풀고, 새 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by 감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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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을 알게 된 건 2010년 말 군대에서였다. 나랑 친하고 음악적으로도 잘 통했던 한 누나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면서 국카스텐을 소개해주었다. 마침 그때 생활관에 잡지 아레나옴므플러스에서 만든 기획앨범이 있어서 바로 들어볼 수 있었다. (참고로 그 앨범은 프레디페리 협찬을 한 인디밴드들의 노래를 모아놓은 앨범이었는데 국카스텐을 비롯해 문샤이너스, 허클베리핀, 타바코쥬스, 검정치마, 포니 등 다양한 밴드들의 곡들을 수록하고 있는 매우매우 괜찮은 앨범이었다.) 이 앨범에는 '미로'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음악을 들은 첫 느낌은 보컬이 윤도현과 매우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성량과 목소리가 너무나 인상깊고 강렬했었다.

그러다가 QOOK TV를 통해 '음악여행 라라라' 다시보기로 국카스텐과 F(X)가 함께 공연한 영상을 보았는데 난 여기서 국카스텐에 꽂히고 말았다. 신선한 멜로디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미친 목소리.. 그리고 인기 아이돌그룹이 인디밴드의 노래를 같이 부르는 장면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로부터 국카스텐 빠돌이가 되어 그들이 출연한 모든 음악프로그램, 티비방송을 다시 보고 앨범을 사며 유투브에서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동영상을 검색하곤 했다.


페이스북이나 친구들에게 국카스텐 전도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대중들, 대분들의 사람들에겐 비주류, 인디, 듣보잡이었다. 난 진지하게 공중파에서 제대로 한 번 터지면 분명 난리날 것이다, 대중음악계가 바뀔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그런 기회는 잘 오지 않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꾸준히 방송에도 출연하고, 라디오에도 나오고, 잡지에도 나오고, 공연일정도 빡빡하고, 락페에서는 거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는사람들만 아는 뭔가 더 확실한 포텐이 터지질 않았다. 그러던 중 나가수 초창기때부터 국카스텐이 출연할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소문일 뿐이었고, 하지만 결국 작년 중순 정말로 나가수2에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내가 무슨 중요한 시험에 합격한 것 처럼 기뻤다. 역시나 그들은 나오자마자 1등을 하며 확실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예상만큼 인기도 많아지고 이제 인지도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특히나 나가수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뉴스데스크에도 나오고 아이돌 천국인 음악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연말 시상식에도 나오는 등 MBC가 왠일로 팍팍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본 적은 작년 부산락페스티벌때 몇 곡 잠깐 본게 전부였고, 그 때는 비바람이 강해 사실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인지도가 새롭게 굳혀진 시점에서 하는 대규모 단독콘서트, 무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한다는 소식은 아무리 서울이라해도 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국카스텐을 소개해준 누나는 당시 부산에서 소규모 공연을 간적 있는데 그땐 스탠딩이 몇 명인지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 거의 6000명 정도 왔다고 말해주니 (사실 난 이 정도도 적다고 생각했다.) 정말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고무적인 점은 앉는 좌석에는 중장년층도 많이 보였고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이 많았는데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오프닝 영상. 어두움 속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천막이 내려오며 연주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냥 든 생각

"와 졸라 까리하다!!"

이 날 콘서트에서 나가수에서 부른 노래 몇개를 제외한 그들의 거의 모든 노래를 다 불렀다. 정규앨범과 EP앨범 수록곡은 싹 다 했고, 나가수에서 히트쳤던 몇 곡을 불렀다. 아 물론 주현미와의 합동공연때 불렀던 노래들도 부르진 못했다. 특별히 눈에 띄었던 곡은 1집수록곡 가비알을 재즈풍? 으로 피아노반주만으로 편곡해서 불렀는데 영상과 반주와 목소리가 너무나도 멋드러지게 잘 뽑아진 곡이었다.

비트리올,Faust,싱크홀,거울,붉은밭,메니큐어 등등 명곡 퍼레이드는 계속되었고 나가수에서 히트진 곡 몇개도 안부를 수 없었다. 사실 이 관중의 많은 비율은 나가수를 통해 알게 되었고, 나가수 곡 밖에 모를수도 있는데 앨범곡만 부른다면 그것도 예의는 아닐 것이다.


내가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이유는 음악을 들으라는 이유가 아니고 바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올리는 것이다. 유투브에 훨씬 깔끔한 동영상이 널렸고, 내가 찍은 영상은 소음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그 현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Mandrake는 보통 공연 마지막 앵콜곡으로 부른다고 알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가장 마지막에 부른다고 생각하니 감동은 더해졌다. 이번에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마지막곡 하고 그냥 들어가길래, 안부르면 슬플 뻔 했는데 앵콜을 외치자 역시나 Mandrake를 불러제꼈다! 영상으로만 보고 부러워하던 감동을 드디어 실제로 느끼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인기가 많아지니 규모도 커진 만큼 티켓값도 올랐지만 다른 연말공연에 비하면 9만원이라는 금액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너무 싸서 미안하다고도 한다. 국카스텐같은 그룹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티켓값도 비싸지고 티셔츠도 많이팔고 스페셜앨범과 DVD도 많이 내야 한다. 그럴만한 브랜드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래야만 더 큰 규모의 공연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는 상업적이면 안된다고 하기도 하는데 상업적이지 않은 것이 멋있는 것이지 상업적이다고 해서 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전제는 '예술가','뮤지션'에 한정해서이다.)

우리나라 밴드도 외국의 슈퍼밴드들처럼 수 만명의 군중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기대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국카스텐이 대형기획사로 옮긴 것을 절대 불편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일부 사람들이 국카스텐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고 뭔가 빼앗긴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도 하는데 그는 국카스텐을 작은물에만 가둬두려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빨리 2집이 나오길 기다린다.


@201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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