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이 최고다
동생과 렛츠락을 달렸다. 마침 렛츠락페스티벌이 올해 10주년이었단다.
올해는 공연장 최대한 많이 가야지 다짐한 후로.. 국카스텐 스콜, 부산 락페스티벌, 렛츠락 페스티벌 벌써 3번째 공연장이다.
올해 국카스텐을 3번이나 볼 수 있었으나, 렛츠락은 토요일 라인업을 택하였다. 너트 형님들 때문에.
4년 전 대라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똑같이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공연장으로 갔다.
시간대가 많이 겹쳐서 동생과 전략을 짰다.
큰 스테이지가 2개로 나누어졌는데, 양 무대 간의 거리가 꽤 멀어서 이동하려면 5분이상은 걸어야했다.
버스타고 서울와서 난지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4시가까이 되어서 어쩔수 없이 겔럭시익스프레스, 레이지본, 제이레빗, 바닐라어쿠스틱 등은 자동으로 제외되었다.
도착하니 몽니가 공연중이었다. '그대와 함께', 'Band Music', '소나기' 등을 따라불렀다.
동생은 그 시간에 김필과 짙은 무대를 보러갔다.
버즈 무대는 기대하고 같이 보았다. 하지만 실망했다.
버즈는 지금도 버즈 노래를 자주 듣기에 라이브를 꼭 보고싶었는데다, 신나는 곡보단 전설의 락발라드가 떼창하기 좋은데, 락 페스티벌 무대의 한계 때문일까, 내가 원하는 곡은 하나도 부르지 않았다. 즉, 내가 10년 넘게 들어온 락발라드 곡들을 한 곡도 부르지 않았단 것이다. 많이 아쉬웠다.
버즈 후 난 칵스를, 동생은 이승열을 보러 갔다.
몇년만에 만난 칵스인데, 여전했다. 크라잉넛 처럼 다같이 군대를 다녀왔기에,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보컬 이현송은 제대를 해도 여전히 보라색 머리였다. ㅋㅋㅋ
칵스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Trouble Maker.
칵스 후 드디어 크라잉넛 공연이었다.
작년 크라잉넛 20주년을 가려고 다 준비했으나 (게스트가 무려 국카스텐이었고, 가격도 3만원대였다!)
공연당일 갑자기 회사일이 터져 못가게 된, 너무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올해 다시 크라잉넛을 보니 다시 혈액순환이 되면서 작년의 억울한 보상받을 수 있었다.
영원한 떼창송 룩셈부르크.
동생도 이승열 후 중간에 합류했다. 하지만 같이 보진 못했다.
지금까지 수년간 락페스티벌을 다니면서, 이번 렛츠락에서 난 첫경험을했다.
그것은 바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슬램존에 뛰어들게 된것이다!!
저 미친놈들 사이에 나도 끼어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슬램존을 형성하는 매니아들 중 그 누구보다도 더 재밋게 잘 놀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항상 떨어져서 구경만 해왔다.
이상하게도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동생과 떨어져 있기도 했고, 주위에 아는사람 아무도 없어서였을까.
한번 들어가니 고삐풀린 말처럼 자연스럽게 합류하였다.
지금껏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다 필요없었다. 크라잉넛 공연 1시간만으로도 본전 다뽑았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난 시기와 장소를 잘못 태어난것 같다.
난 90년대 중후반 홍대 드럭에서 너트 형님들과 함께 달렸어야했다.
마지막은 장범준으로 장식했다.
장범준 라이브도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다. 동생은 버스커버스커 거의 전곡을 알고있다.
무대 음향이 너무너무 좋았다. 기타소리는 환상적이었다. 연주도 너무나 잘했다. 장범준은 진짜 뮤지션맞다.
ㅡ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서울쯤의 거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일로도 충분히 다녀올수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찌든 하루하루의 세월 속에서, 이런 활력소를 앞으로도 쭉 얻으면서 살아가고싶다.
@2016. 0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