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중반, 온라인으로 급속히 퍼지며 인기를 얻은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시 中에서..'
처음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어서 그 후로 자칭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하상욱의 시를 친구들에게 널리 알렸다.
누군가에게 선물 줄 일 있으면 <서울 시> 책을 사서 주곤 하였다.
단 몇 줄 쓰고 말장난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큰 공감을 주는 서울시의 저자 하상욱을 한번쯤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아대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SNS시인 하상욱이 초청이 되어 드디어 2년 여만에 실물을 보게 되었다.
버스타고 가다가 본 한 매장에 뜬금없이 현수막으로 걸려있던 하상욱 시.. 도대체 왜 걸어놓은 것인지 미스테리다.
남자와 사진 찍을땐 무표정인 상욱이형
강연을 들으면서 역시 뜰 만한 내공이 있는 사람임을 확실히 느꼈다.
간단한 몇 글자 나열한 것 처럼 보이고 장난같지도 하지만, 서울시의 단편 시들은 모두 의미가 있고, 책 한권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몇 가지 컨셉이 있는 짜임새있는 책이었다.
그냥 공감하고 피식 웃어도 되고, 지금까지 그렇게만 서울시를 읽어왔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 진지 먹고 이야기 해도 될 것 같다.
우선 하상욱 자신은 성공한 누군가가 앞에 서서 '강연'하는 행동을 매우 싫어한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라!'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 실패한 사람으로 되어버리고 마는 그 꼴이 너무나도 싫다는 것이다.
'-어렸을땐 어땠어요?
-어렸어요.'
어렸을 땐 그냥 어린 아이인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신화로 포장되어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전설이 된다.
하상욱은 이렇듯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 고 주장한다.
여기서 모기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부모님, 주변의 친구도 될 수 있고, 성공을 부추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모기들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피곤하게 모기를 다 때려잡을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는 그들의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하면서 유연하게 살 수 있다.
'원하는 건 가져가. 하지만, 꿈꾸는 건 방해마.'
적당히 타협하는 건 선택의 문제이다.
그의 글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 하나.
'소통'과 '관계'
대표작 애니팡도 소통의 부재를 표현한 것이다.
'다 쓴 치약'도 그냥 읽으면 짜도 짜도 계속 나오는 다 쓴 치약의 특성에 공감하고 웃어넘기지만,
작가의 본래 의도는 개인의 잠재력을 치약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냥 픽 웃고 말 글이지만
이 외에도 한 편 한 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서울 시'가 진짜 시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난 서울 시도 당당한 詩라고 생각한다. 단어 한 마디도 의미가 있으면 시가 될 수 있다.
하상욱은 자신의 '서울 시' 로 1시간 이상 본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한 편의 훌륭한 '강연(주입식 강연이 아닌)'을 할 수 있다.
결코 말장난 만이 아니다.
시를 분석하면 안 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진 시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그를 위한 변명을 해 보았다.
즉, '서울 시'는 작가의 정신이 뚜렷이 담겨 있는 있는 새로운 형식의 훌륭한 재미있는 철학적 서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