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 자체가 영화, 픽사 스토리
‘예술은 기술을 변모시키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
- 존 레스터
나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한다.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몬스터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카, Wall-E, UP... 픽사는 매년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개봉한다. 개봉하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하게 만들고, 보고 난 후에는 ‘역시 픽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엄청난 영화사이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내가 신뢰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러한 픽사의 이야기를 담은 ‘픽사 이야기’는 나의 픽사사랑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지나간 역사를 보면, 시간과 장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가운데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며 기존의 가능성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때가 종종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런던에서 펼쳐졌던 드라마가 그랬고, 기원전 3세기의 아테네에서 넘쳐났던 철학이 그랬으며, 15세기 말과 16세기 초 피렌체에서 꽃을 피웠던 회화가 그랬다.’
- p.31
픽사의 탄생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통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꿈을 가지고 만들어진 픽사는 역사적으로 볼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하나의 창조사례로 볼 수 있다.
에드워드 캣멜 박사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갈고닦으며 기계와 장비,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여러 연구소와 회사를 다니며 ‘하나의 기술’자체를 정의시킨 창조적 인물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박사인 그는 3D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그를 지원하고 받쳐줄 투자자나 동료를 찾기 위해 수 년이 걸렸고 많은 갈등도 있었지만, 끝내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존 레스터는 디즈니 출신의 창조적 에니메이터이지만 너무 앞선 나머지 디즈니에서 쫓겨나고 우연히 애드워드를 만나게 된다.
‘..화면의 입체감은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만일 이 기술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결합할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중략) 래스터는 애니메이션 부문의 경영진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p.97
역시 세상은 우연으로 이루어져있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실은 암울하지만 묵묵히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행위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지내다 보면 역시 기회는 오는 것을 정석으로 볼 수 있는 사례이다. 결국 픽사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자 스티브 잡스를 만나 정식으로 픽사를 설립하게 된다.
성공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픽사의 사례에서 진정한 성공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이 장편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그 사이 그들은 자신들만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은 3D애니메이션의 교과서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갈등을 겪고, 밤낮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일을 하며 지내왔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는 첫 번째 장편영화이기 때문에, 결과는 둘째치고 그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 p.235
그렇게 해서 탄생한 토이스토리의 흥행.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다. 연이어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픽사와 디즈니는 토이스토리로 돈과 축하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캣멀과 래스터를 비롯한 픽사의 여러 사람들이 마침내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잉션 장편영화를 만들겠다는 오랜 꿈을 이루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장편영화 제작과 곤련해서 자신들의 본능과 여러 방법들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최종적인 성공을 거두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래스터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바로 전편을 능가하는 토이스토리2의 성공이었다.’
- p.261, 311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겉만 보고 픽사는 실패를 모르는 회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의 예전 과정을 알게 된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할 수 없다.
‘잡스가 뒷걸음을 친 것은, 잡스 안에 있는 어떤 본능이 ’이거는 진짜 엄청나게 큰게 될 거야‘라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잡스가 만난 재무 관련 자문들은 하나같이 생각을 접으라고 했다. 단 한 차례도 수익을 낸 적 없는 회사가 기업을 공개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거들떠보기나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잡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픽사의 처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잡스는 더 이상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5000만 달러만 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팔겠다고 했는데, 만일 그때 누가 픽사를 사들였다면 그야말로 횡재했을 것이다. 그렇게 픽사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 p.243, 245, 259
역시 수년 후를 내다본 멋진 안목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를 보고 훗날을 생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만을
연관시켜 볼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현재의 순간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된다는 걸 알아야만 합니다.’
-스티븐 잡스
이렇듯 지금의 픽사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이다. 노력과 열정, 꿈과 성공에 대한 도전정신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았고 또 성장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롭다. 그리고 혁신과 협력 등 훌륭한 경영과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기존의 것을 버려야한다면 과감히 버리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조직문화. 창의력과 상상력 그 자체인 픽사 회사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필요하다면 외부의 것을 과감히 믿고 사용하는 신뢰와 용기.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의사결정이 너무나 멋진 창조적 기업경영의 본보기이다.
그리고 픽사 영화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게 되어 더욱 더 재미있게 읽었다.
픽사의 라이벌로 볼 수 있는 슈렉과 쿵푸팬더로 유명한 드림웍스도 결국 픽사와 한 핏줄이었던 것이다. 디즈니와 픽사의 갈등으로 인해 세워진(직접적인 동기는 아니지만) 드림웍스는 벅스라이프를 견제하기 위해 같은 시기, 같은 소재의 애니메이션 영화 ‘개미’를 내놓지만 벅스라이프에 밀리고 만다.
‘카젠버그와 래스터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픽사와 PDI의 직원들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오랜 세월 다져온 우정을 계속 유지했다.’
- p.290
또 몬스터 주식회사는 소재의 표절여부로 인해 몇 년 동안 법정 싸움을 지속해 위기에 처했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사회는 우정과 배신, 갈등과 협력이 끊이질 않는 무서운 세상임을 더욱 느꼈다.
책을 읽고 나니 알게 되고 깨달은 게 너무나 많아서 마음이 풍족해졌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좀 더 즐겁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온 몸을 바쳐 한평생을 투자한 픽사의 천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미국에 가게 되는 날이 온다면 반드시 픽사 회사를 견학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