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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Sep 25. 2016

다큐 <코스모스>

다큐 <코스모스>와 함께 황홀했던 13주

 저는 저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빅뱅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주의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코스모스의 다른 곳에도 물질과 에너지가 생명과 의식을 가지는 세상이 있을까요. 저는 저의 조상들을 모두 알고 싶습니다. 저는 세대를 잇는 사슬에서 튼튼한 연결고리가 되어 제 아이들과 미래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코스모스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우리의 기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별의 재료인 우리가 물질의 진화를 생각하고 의식이 형성된 긴 과정을 추적했죠. 우리와 지구의 모든 생물은 수 십 억 년에 걸친 우주의 진화유산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를 가슴에 세기고 자연의 참 모습을 알고 사랑한다면 후손들은 우리를 생명의 사슬에 튼튼한 연결고리로 기억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거룩한 탐험을 계속하며 우릴 대신해 우리가 꿈에도 생각 못한 코스모스의 경이로운 비밀들을 발견할 겁니다.


- 닐 타이슨



  

3월 중순에 코스모스가 시작하는 기념으로 글을 썼고, 이제 마치는 기념으로 글을 쓴다.

13주 동안 코스모스를 보는 시간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영상이야 말할 것도 없고 OST도 좋았다. 

특히 10부 '세상을 바꾸는 힘'의 마지막에 닐 타이슨이 '코스모스로 향합니다'라고 말 한 후 인공위성이 우주로 나가면서 깔리는 곡 'Halley's Comet'는 정말 전율 그 자체이다. 어떠한 SF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었다.

ALAN SIVESTRI - Halley's Comet (Cosmos OST)

다큐는 책과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오히려 다큐만의 독자적인 컨텐츠와 구성으로 책을 넘어서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주었다.  

1부에서는 우리의 시간은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우주 달력, 그리고 닐 타이슨과 칼 세이거의 운명적인 인연, 그리고 앞으로 코스모스로의 여행을 알리는 서막을 펼쳤고,

2부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에서 시작됨을 보여주는 생명의 나무, 생명의 가계도, 그리고 진화의 경이로움,

3부에서는 '아이작 뉴턴'과 핼리 혜성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 '에드먼드 핼리'의 만남과 이야기,

4부에서는 시간을 여행하는 별빛과 블랙홀, 상대성 이론 그리고 중력,

5부에서는 윌리엄 허셜이 발견한 적외선, 프리즘의 원리, 아름다운 빛의 향연, 스펙트럼 선을 통해 밝혀진 우주는 모두 같은 원소들로 이뤄졌다는 사실, 그리고 이 편은 주위에 코스모스를 모르는 지인들에게 추천하면서 한번 보라고 소개했던 편이기도 하다. 이 편의 엔딩은 적외선, X선, 라디오파, 감마선, 마이크로파 등에 각각 그 성질에 어울리는 웅장한 교향곡 음악이 깔리면서 도심의 밤하늘과 야경을 보여주는데 그저 넋이 놓아진다.

6부에서는 이해는 안 되지만 미스테리하고 신비로운 중성미자, 원자핵 등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맛보았고,

7부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최초로 규명하고, 납 오염에서 지구를 지킨 위대한 과학자 '클래어 패터슨'을 알게 되었다. 그를 통해 주류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진정한 영웅을 보았다. 우리는 이러한 은인을 기억해야만 한다. 

8부에서는 최초로 별을 분류하고 해석한 천문학의 선구적인 여성 과학자 '세실리아 페인', 그리고 초신성의 폭발과 별의 탄생,

9부에서는 한때 지구는 단 하나의 초대륙이라는 판게아를 발견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 공룡의 멸종과 기후의 변화, 빙하기,

10부에서는 전기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 '마이클 페러데이'의 삶을 보았다. 최초로 모터를 발명한 그의 업적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세상을 바꿔 버릴 정도의 영향인지 새삼 깨달았고, 전기자력과 지구 자기장의 발견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알게 되었다. 특히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 힘들게 과학을 해 온 그의 삶을 보니 더욱 감동이었고, 그가 1825년 시작한  청소년을 위한 과학 강연이 헉슬리, 데즈먼드 모리스, 칼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등 유명한 과학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매년 크리스마다 이어오는 전통이 너무나 멋있었다.

11부에서는 소행성 충돌을 통해 생명의 기원이 우주 곳곳으로 전달된다는, 생명이  항성간에도 마치 씨앗처럼 이동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12부에서는 이산화탄소와 온실효과,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느낀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13부에서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지의 영역인 암흑물질로 인한 끝없는 우주의 팽창, 그리고 보이저 호와 함께하는 태양계 여행과 외계 문명을 찾으려는 노력은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최대 10억 년동안 우주를 떠돌며 지구의 메세지를 전하려는 보이저 호는 앞으로도 얼마나 외로운 여행을 해야할까! 


물론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상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홍보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코스모스를 보는 도중에 수시로 자막으로 깔리는 '20대 시청률 1위, 전 세계는 지금 코스모스 열풍 중, 코스모스 EVENT, 도대체 왜 코스모스에 열광하는가? 매주 토요일 밤 11시 본방송' 등등... 코스모스를 챙겨보는 사람에게 이러한 광고는 전혀 필요가 없다. 그리고 관심 없는 사람은 코스모스가 방송 중일 때가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코스모스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애초에 코스모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이 부분은 참 아쉽다. 


내가 이 코스모스가 끝나는 것이 유난히 아쉬운 이유는 이러한 우주과학 대작 다큐멘터리가 대중에게 주류로 올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물론 내 주변에는 나처럼 코스모스를 챙겨보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보진 못했지만, 인터넷서에는 꽤 히트친 것 처럼 보인다. 덕분에 칼 세이건을 알게 된 사람도 많아졌을 것이며,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 된 사람도 늘어났을 것이다.  

상상의 우주선과 닐 타이슨 아저씨와 함께 한 호기심 넘쳤던 코스모스 여행은 이제 끝났다. 이 기세를 몰아 칼 세이건 사상이 국내에도 강하게 불면 좋겠다. 특히나 바쁘고 피곤하게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코스모스의 크기에 대해 느껴보고, 코스모스의 관점에서는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가끔씩은 한템포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라본다. 코스모스를 탐구했던 인류의 위대했던 용기있는 과학자들과 칼 세이건이 전하려고 했던 메세지를 이해하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좀 더 아끼고 사랑하고 진취적인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 


' 권위를 의심하십시오. 저를 포함해 누군가가 말했다는 이유로 진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세요. 자신을 의심하십시오.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뭔가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진실을 만드는 것은 믿음이 아니죠. 관찰과 실험에서 얻은 증거로 생각을 검증하십시오. 

마음이 드는 생각이 잘 설계된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틀린 것입니다. 

증거가 이끄는 곳으로 어디든 따라가십시오. 증거가 없다면 판단을 보류하세요.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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