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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Sep 25. 2016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

문명 개척사 아래의 흉한 진실


예전에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을 읽으며, 유럽인들의 쿠바정복의 잔학성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인디언에 대한 우리가 모르는 진실에 대해 알고 싶었었다. 하지만 막연한 호기심만 생겼을 뿐, 최근에 영화「론 레인저」를 보면서도 그냥 별 생각없이 낄낄거리면서 보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부터 조금씩 축척되어온 인터넷 상에서의 인디언의 기도문, 인디언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컨텐츠가 새삼 다시 생각이 났고, 인디언에 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검색해보니, 바로 이 책이 나왔다.


읽고 나니, 아. 책 한 권이 사람을 이렇게 먹먹하게 만들기 있나. 세계의 대통령이 있는 미국, 미국을 만든 유럽인들, 세계를 쥐어잡고 있는 강대국,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나라들. 그들의 추악한 건국과 확장의 역사를 이렇게 생생하게 알게되다니. 학교에서 무미건조하게 주입식으로 배워오긴 했지만, 새삼 느껴지는게 세계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피와 죽음의 역사인 것 같다. 항상 전쟁을 일으키고,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고, 노예를 만들고. 거기에 항상 따라다니는 기독교 정신. 콜럼버스가 아메리칸 대륙을 발견한 후 당시 그 커다란 대륙에 원래부터 살던 원주민들은 모두 무참히 학살을 당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도 마찬가지.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강대국들을 그저 선진국이니 하며 높게만 멋있게만 보고 있다. 강대국이 되려면 어쩔수 없는 것인가? 역사는 이걸 보여준다. 인류 문명은 탄생부터 꾸준히 이러했다. 식민과 통치와 피와 무자비하고 야만적이지만 합리화하며. 이건 정말 모순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난 이 기독교 정신이, 무척 매우 아주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기독교의 이름 아래에서 인간들은 야만인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만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비단 유럽 뿐만 아니다. 일본같은 현재 선진국이 저지른 식민지배를 보면 안다. 본질은 똑같다. 이제 세계사와 문명에 대해 구역질이 난다.


'스페인 사람들은 인디언을 처음으로 천당에 들어가게 했다고 즐거워했으며, 서둘러 그 기쁜(?) 소식을 서인도제도에 퍼뜨렸다.'


'명백한 운명이란 유럽인과 그 후손들이 신대륙을 다스리도록 운명 지어져 있으며, 지배 민족으로서 당연히 인디언의 땅과 삼림과 광산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디언들이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를 일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인디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곧 인디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일이었다.'


'인디언을 죽이는 일이라면 하느님 나라에 있는 어떤 수단을 써도 옳아.'


'이 인디언들은 필요한 것이 거의 없어서 문명인의 관습을 받아들이려 하질 않아요. 문명의 이기가 노력해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 않으니까요. 대다수가 백인의 생활방식을 무관심하게 보거나 아예 무시하지요.'


누가 누구보고 미개인이라 하는가? 누가 누구보고 야만인으로 낙인찍는가? 무엇이 진보이고 근대화이며 선한 도덕인가?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진보인이라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지 난 진심으로 신기하다. 그들도 칸트는 알지 않나? 무엇이 선인지 도덕적인게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 보았을텐데. 들소가죽을 얻기 위해 인디언들의 삶의 일부인 들소를 먹지도 않을거면서 무참히 학살하고 금을 캐기 위해 무참히 땅을 빼앗는다. 그 과정의 잔악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보이게 강도짓을 할까, 배신을 때릴까, 속여먹을까, 이러한 비열함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인디언들을 몰아내었다. 


'인디언들에게는 백인들이 자연 안에 있는 모든 것, 숲과 새, 짐승, 풀이 우거진 늪과 물, 그리고 대기까지 미워하는 듯 보였다.'


그들의 개척사는 정정당당하지도 않고 아주 치사하고 약삭빠르다. 항상 속는건 인디언들이었다. 백인들은 평화조약을 하면 깨고, 하고 깨고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자기들 마음대로 다 했다. 이건 절대 지식인들이 할 짓이 아니다. 어떠한 부족을 예를 들어 보면, 먼저 옥수수를 심고 가꾸는 법을 백인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한 인디언 부족이다. 하지만 백인들이 농토를 빼앗고 몰아내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들소사냥을 했다. 그런데 이제 백인들이 인디언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려 한다. 정말 무식한 것 같다. 


'모도크(인디언 족) 법은 죽었소. 지금은 백인의 법이 이 나라를 지배합니다. 법은 하나만 살아남는 거요.' 


'이 깜깜한 새벽에 마을로 쳐들어 오다니, 나나 마을 사람들이 놀라는 걸 몰라서 이러는거요. 나는 도망갈 사람이 아니오. 나를 만나거나 대화하고 싶으면 사내답게 오시오' - 모도크족의 캡틴 잭


'백인들은 걸핏하면 우리 고유의 생활을 버리고 자기네처럼 살게 만들려고 한다. 농사를 지으라느니, 열심히 일하라느니. 인디언들은 그런 걸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가 백인들에게 인디언처럼 살라고 했더라면 그들도 반발했을 것이다. 왜 바꿔 생각하지 못하는가.' - 수우족의 큰독수리


'백인들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동전의 한쪽만을 이야기했다. 그 많은 말은 진실이 아니다. 자기들이 잘한 행동만을 떠벌리고 인디언들의 잘못된 행동만을 끄집어내는 게 백인들이다.' - 네즈페르세족의 노란늑대


샌드크리크 학살, 운디드니 학살 등 굵직한 인디언 학살을 비롯해 수많은 인디언 부족을 강제로 다른 척박한 땅으로 이주시킨 결과 미국은 깃발을 꼽고 51개의 주를 완성시켰다. 어떤이는 인디언 멸망이 미국의 학살과는 관계 없이 질병이 주 원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질병의 원인도 바로 백인들이다. 몇 백 년동안 잘 살던 이들을 몸에 맞지 않는 기후의 땅으로 쫓아보내니 병이 안 날 수가 있나.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서도 인디언들은 화평의 길을 찾았고 또 속임을 당했다.


'백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킨 것은 단 하나다. 우리땅을 먹는다고 약속했고, 우리의 땅을 먹었다.' - 수우족의 붉은구름


세계화니, 지구공동체니 하려면 우리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인디언 멸망의 진실만을 보더라도, 우리가 그것에 무관심하거나 별 감정을 못 느낀다면, 극단적으로 우리나라가 당한 일본의 식민통치에 다른 외국들이 무관심한 것을 못마땅히 여겨서도 안 된다. 우리의 역사나 그들의 역사나 한(限)의 역사는 똑같다. 그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적어도 우리는 이렇게 여전히 한글을 쓰며 우리 영토에서 잘 살고 있으니. 굴복하지 않고 자연과 전통을 지키려는 인디언 정신을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붉은구름, 미친말, 앉은소, 코치스 등 수많은 전설적인 추장들이 있었다. 그들은 순수하고 정열적이며 자연을 사랑하고 낭만을 알았으며 백인들과 회담을 할 때나 편지를 쓴 것을 보면 매우 똑똑하고 이성적인 사람들이다.


문득 든 생각은, 이러한 전설적인 추장들을 주인공으로 한 인디언 입장의 잘 빠진 영화가 한 편 나오면 좋겠다. 캐리비안 해적처럼, 해적을 주인공으로도 쓰는데, 인디언 추장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소재도 충분하고 스토리도 탄탄할 것이다. 정보가 많으니까. 앉은소나, 미친말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은 이미 있다. 음.. 영화음악은 한스 짐머가 맡으면 아주 죽여줄 것 같다.


만약에, 인류의 역사가 학살과 전쟁이 없고, 아메리카 대륙에는 원주민이 아직도 있고 우리나라도 식민지배 없이 평화롭게 진보되어 왔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현재 기술의 진보가 뒤쳐진더라도, 세계화에 뒤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나름의 상태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 그러려면 그 전에 기독교 부터 없어야 되겠구나. 그럼면 '만약'이 너무 과거로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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