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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많은 제 3세계 아이의 질문들

by 감탄쟁이

- 제가 '물은 갈색이 아니다' 라는 걸 믿을거라 기대하신거에요?

- 당신은 제가 당신의 아버지가 '50세이고 건강하다' 는걸 믿으리라 기대한거에요?

- 당신은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거죠?

- 당신은 그 사람이 냉장고에 음식이 있는데도 '먹을게 하나도 없다' 고 했다는거죠?

- 당신이 아주 크고 자동으로 물이 채워지는 양동이가 있고, 당신은 거기다가 똥을 싼다고요?

- 당신은 음식을 접시에 남겨놓고는 그걸 씻기위해 물을 쓴다구요?

- 당신 말은,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 먹을 걸 주면 받지 말라고 배운다고요?

- 당신은, '당신네 아이는 밥먹으라고 불러도 안온다.' 이말인가요?

- 당신은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나쁜 음식이다.' 이말인가요?

- 당신은 미국 애들이 전쟁 '놀이'를 한다는 말인가요?


전 세계 60억이 넘는 인구중에서 우리처럼 즐길거 즐기고 배부른 소리 하며 사는 인구는 얼마나 있을까.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에서 8억이 굶주리고 있으며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5초에 한 명씩 기근으로 죽어간다. 하지만 편하게 사는 우리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별 감흥도 없다. 정확한 워딩은 햇갈리지만, '저 멀리 어떤 아이가 기근으로 죽어가는 것 보다, 당장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가 더 고통스럽다' 따위의 뉘앙스를 풍기는 글도 있지 않은가. 틀린말이 아니다.


위에 적힌 문장들은 미국의 한 유머사이트에서 '의심많은 제 3세계 아이'라는 게시물로 올라온 내용이다.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현재 너무나 잘 살고 있는 나에게 따끔한 침을 놓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위 '배부른 소리'를 하며 살고 있는 나를.


제 3세계의 아이의 눈에서,

50세에 건강한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프고, 냉장고에 음식이 있으면서도 먹을 게 없다고 한탄하는 우리, 먹을 것이 넘치는데 일부로 먹지 않고,

물이 너무나도 부족한데, 우리는 물을 배설물을 처리하는 용도로도 쓰며, 소중한 음식을 남긴 데다가 물을 펑펑 쓰며,

매일 전쟁이로 인해 눈앞에서 가족들이 죽어가는데, 장난으로 전쟁을 흉내내는 우리.


누군가 이러한 나라 아이들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의 시야로 그들을 바라보는 동정을 가장한 폭력이라고 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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