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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행복은 재능이다

행복*위로*인생

마왕, 행복이 뭘까? 난 그냥 즐거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내가 생각이 짧고 철이 덜 든 걸까? 3시간 동안 클로버 밭을 뒤져서 네잎클로버를 찾았을 때의 즐거움, 친구들과 조잘거릴 때의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미생활을 할 때의 즐거움. 난 그 모든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 걸까? 

어제 학원이 끝나고 엄마랑 오다가 주유소에 들렀어. 거기 알바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뭐랄까, 굉장히 즐거워 보이더라고. 쪽팔리지도 않은지 주유하면서 주유소에 울려 퍼지고 있던 지오디 노래를 큰소리로 따라 부르고, 랩 부분이 나올 땐 막 춤추고, 옆에서 같이 주유하던 다른 알바생한테 가서 막 앵기고.. 근데 그걸 보는 우리 엄마가 한마디 하더라. “쟤는 저런 일을 하면서 저렇게 즐거울까? 아주 신났네 신났어.”
글쎄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긴 한데, 그 뉘앙스가, 약간 깔보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우리 엄마 말인데도 기분이 나쁘더라고. 그러면서 “쟤는 죽을 때까지 저런 일 하고 싶을까? 요즘은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쟤네 엄마는 속 터지겠구만.”이러는거야. 마치 공부도 안 하는 알바생 주제에 저런 즐거움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 저런 즐거움 따위는 금방 사라질 거라는 듯이. 

뭐랄까, 우리 엄마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고 연봉 최소 6천 이상 이게 행복의 잣대 같아. 내가 가끔 직장과 돈이 행복의 기준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으면, 엄마는 그게 전부는 아닐지라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넌 어려서 아직 철이 안 들어서 모르겠지만 사실이라고 대답해. 하지만 난 대단한 교수님인 우리 엄마보다 그 알바생이 훨씬 더 행복해 보이던데? 우리 엄마는 매일 바쁘게 지내고 집에 와서는 피곤하다고 짜증 내고 취미가 뭐냐고 물어도 취미도 없고. 누가 더 행복할까? 그 알바생이라고 생각한 내가 정말 생각이 짧고 유아적인 걸까? 




‘애어른’이신 거 같아요. 두 분 중 한 분은 최소한. 연봉 6천 이상, 번듯한 직장 이거 말고는 취미도 별로 없고 그게 행복의 잣대라고 생각하는 어머님께서, 죄송스럽습니다만은, 애어른이시든가,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행복이라는 게 결국 뭐겠어 이런 얘기를 할 줄 아는, 우리 식구가 애어른이든가. 둘 중에 한 분은 틀림없이 어떤 의미에서든 애어른인 것 같은데요. 


성경에 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어린아이 때 우리가 실제로 행복해하던 일들은 무척 단순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행복해가지고 어쩔 줄 모르던. 또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때가 어릴 때인 것 같은데, 나이 먹어서도 그 요령을 잃어먹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또 행복한 사람이 범죄 저지르겠어요? 늘 행복한 사람이 나쁜 짓 하겠어요? 천당 가지 않겠어요? 전 그런 식으로 제멋대로 한번 해석을 해보았는데.. 


행복이란 환경이나, 주위의 일이 잘 되거나, 이런 주위의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 건 재능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행복할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든가, 또 가지고 태어난 그 재능도 열심히 계발하든가. 행복할 수 있는 건 기술이 아니고 재능인데, 행복할 수 있는 요령과 기술들을 그 재능에서 끌어내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자 그러니까 주유소에서 시급 알바를 하면서 행복하고 입에서 노래가 나오고 웃을 수 있는 그 엄청난 재능. 그런 사람이 나중에 공부 열심히 해서 뭐가 되든 공부 안 했는데 뭐가 되든 사실 공부를 열심히 잘해서 학력사회의 위로 올라가야 된다라는 그 유일한 게 행복으로 가는 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지지리도 흉하고도 못난 것은, 그것 말고 다른 행복으로 가는 다른 문들을 자신들이 못 보기 때문이거든요? 자기들이 보지 못하는 문이라고 해서 그 문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그걸 인정하는 순간, 본인들이 비참해져요. 죽어도 인정을 안 하려고 들어요. 가령 번듯한 취미 하나 없는 그런 어른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건 오로지 번듯한 직장과 연봉 6천 이상 요거 하난데. 그래서 자기는 행복할 자격이 있고 이걸 갖지 않은 남들은 행복할 자격이 없고, 이 생각의 사고를 후퇴해 버리면 자기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돼 버리고 마는 거예요. 어떻게든 필사적인 변명을 하늘로 외쳐야만 하죠. 그리고 어쩌면 주유소에서 시급알바를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해서 늘 짜증과 피로에 쩔어 있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죠.  


엄마를 위로해 드리시고, 엄마하고 그런 얘기 자주 나누세요. 엄마가 뭐라고 하시든 간에 나는 솔직히 엄마보다 주유소 알바가 더 행복해 보였다. 엄마 왜 늘 짜증 내고 그러냐, 이런 얘기도 엄마한테 해드려야 되고. 어떻게 보면 늬들이 무슨 고생을 해봤다고 세상을 알며,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도 번듯한 직장과 연봉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어른들에 비해서 어른들이 아닌 친구들은 또 반대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 ‘우리 엄마는 저런 사람이야, 우리 아빠는 저런 사람이야, 바뀌지 않을 거야 평생 저러다가 그냥 살다 가는 거지. 내가 설득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설득이 된다는 쪽에다 걸었습니다. 왜냐하면 절대로 설득이 될 수 없는 지구상의 마지막 인간, 50억 인구 중에서 그러한 생각에서 후퇴하지 않으며 짜증과 피곤과 늘 이마에 양미간에 쫙 새겨져 있는 50억 인간의 정점, 우리 아빠를 제가 설득했거든요.ㅎㅎㅎ


오늘 행복할 수 없다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는 거다,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의 종류에 들어간다, 행복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자가 무슨 재벌기업 총수가 되든 대통령이 되든 뭐가 되든 절~~ 대로 행복할 수 없다라고 봐요.


@ 200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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