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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유부남 교사와 사랑에 빠진 여고생

연애*사랑*결혼

유부남이랑은 역시 안되는거지?


뻔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나, 날 가르쳤던 선생을 좋아하게 됐어. 고1 때 만났으니까 올해가 3년째네. 난 고3이야.

그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그만둬서 지금 우리 학교엔 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난 문자도 자주 하고 목소리 듣고 싶으면 전화도 하고 옛 제자라는 명목 하에 학교 밖으로 나가기도 해. 문제는 그 양반이 유부남이라는 거지. 이쁜 애기까지 있는 유부남이라고. OTL


물론 선생님은 여자로 날 안 좋아하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문자가 달라졌단 말이지. 둘이 같이 저녁 먹은 건 그렇다고 쳐. 학교 떠나는 날에는 찐하게 포옹도 하고 옛날엔 넣지도 않던 하트를 보내는 문자마다 박아놓질 않나. 집에 가는 길에 자기 차로 데려다주질 않나. 아무튼 예전엔 안 하던 짓을 요즘 막 하는 거지. 


친구들은 옆에서 농담 삼아 당사자는 당췌 이게 웬 시추에이션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선생님이 나랑 친해서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고 내가 자기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서 내가 자기 좋아하는지도 뻔히 알 거야? 내가 고3이라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야. 뫙도 말했잖아. 고3이라고 누구 좋아하고 안 해야 되는 거 아니니까. 근데 시츄에이션 자체가 혼란스러워. 지금보다 더 철없던 고1, 고2 때는 '선생님도 날 좋아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지. 만, 막상 나의 도발에 대한 반응이 오니까 좀 당황스럽고 그래. 나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조언 부탁해.




잘하고 계시고요. 이 기회에 코를 확... ㅎㅎㅎㅎ


이 유부남이랑 역시 안 되는 거겠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많은 상담자분들에게 공통적인 대답을 드리자면, 안된다는 법은 없어요. 된 사람도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는 역시 안 되는 거겠지라는 분위기를 외형적으로 볼 때 유지를 해야 해요 어쨌든. 일부일처제의 이 결혼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에서는.


그리고 된다고 해도 이 내용을 뜯어보면, 자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것이냐. 

유부남이랑 사랑에 빠진 사람, 유부녀랑 사랑에 빠진 사람, 혹은 유부남 유부녀끼리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뭔가의 호소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그닥 효과가 없어요. 왜냐면 그 도덕적인 호소에 먹칠을 했으면 벌써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았어야 해요. 이런 일이란 둘이 본격적으로 막 난리가 터졌다 이게 아니고, 감정에 빠져들어가는 단계 있잖아요.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 이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돼'라는 마음 자체만 가지고도 제동이 걸려서 그 감정상태에 들어가질 못하거나 그 감정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고의적으로 피해버려요.

그런데 그 감정상태에 도덕적으로 어려움을 무릅쓰고 들어가버렸다라는 것은 향후 이 사람들,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그걸 비난하거나 도덕적으로 그걸 호소한다고 해서 이게 눈꺼풀 씌운 게 없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거예요. 


실제로 우리가 집요한 케이스 봤죠. 얼마 전에 결혼했잖아요. 누굽니까. 아줌마 여자선생님하고 초등학생 남자 학생하고서 연애 붙어가지고 애기도 막 나오고 난리 났던. 그래가지고서 그 여자분은 감옥 갔잖아요. 감옥에서 몇 년 살고.. 왜냐면 성인으로서 아동인 현 남편, 아동인 제자하고 사랑에 빠져가지고 실제로 성관계까지 들어간 그런 경우니까 뭐 해외토픽에 막 실리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죠. 그리고 감옥 갔다 와서 둘이 또 그렇게 뜯어말렸는데 찢어지지가 않아서 둘이 애기가 또 생기고 또 난리가 터지고 그런 다음에 드디어 이제 남자가 성인이 돼버렸어요. 그랬는데 이 친구 마음이 하나도 바뀐 게 없네. 우리 결혼할 거다. 그래서 둘이 결혼해 보니까 엽기 내지는 추접스럽고 구토를 느끼게 하는 정말 짜증 나는 그리고 지저분하고 몰상식한 연애사건이었던 이 사건이 버티고 버티고 버텨서 결국은 두 사람이 결혼까지 가서 결실을 맺으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뭐라 그래요. 감동적이래요. 눈물이 날 것 같고 이 두 사람의 사랑에 박수를 쳐주고 싶대요. 

근데 자 여기서 생각해 보자고요. 유부녀인 여성과 연하였던 남자가 아니고 아동이었던, 그래서 실제로 법적으로 봤을 때 범죄요건이 성립이 되는 이런 사랑이었어요. 이런 것도 끝까지 버텨서 두 사람이 결실을 맺으면 결국 주위에서 감동했다, 뭐 아름다운 사랑이에요, 이 지랄들을 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한번 볼까요? 이 두 사람 평탄했겠어요? 지금까지 마음고생 얼마나 대단했겠어요. 근데 그 마음고생 하는데 꼭 이 사랑의 필수요소일까. 고생하지 않아도 첨부터 만나 가지고 툭툭툭툭툭 모든 면에서 딱 잘 맞아떨어지는 커플들이 있어요. 그 커플들은 이렇게 고생하면서 연애한 커플들에 비해서 사랑의 가치가 없는 걸까. 똑같거든요. 사랑은 다 사랑이지. 그러니까 고생하는 사랑이 있고 고생 안 하는 사랑이 있으면, 제가 생각할 땐 고생 안 하는 사람이 선이에요. 그게 좋은 거예요.

그다음에 이 둘이 맺어지기 위해서 이 여자분은 남편이 있고 자녀들이 있었잖아요. 근데 그 가족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냐고요. 그다음에 이 자기네 엄마 혹은 자기 부인이 어디 가서 바람이 났다 연하의 남자랑, 이거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은 약간 동네 창피한 이런 사건이에요. 프랑스 기준으로 봐서는 능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에요. ㅎㅎ 그런데 이 케이스에는 전 국민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엽기 범죄자 취급을 받는 이런 사건이에요. 그 자녀들은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요. 그니까 이 두 사람은 이제 와서 이 사랑에 대해서 사람들이 뭐 감동했어요라고 얘기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서 고통받은 사람들이나 주위사람들 가운데서는 끝끝내 난 감동 못해 뿐만 아니라 기회만 나면 깨버릴 거야라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자 유부남이랑은 역시 안 되는 거지?라는 질문. 안 되지는 않아요.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돼도 많은 부하가 걸린 싸움을 해야 하고, 된다고 해도 골인지점에서는 상처뿐인 영광일 수도 있어요. 이건 누구나 몰라요.


자, 당신이 경마를 한다고 쳐요. 출발선상에서 남들하고 똑같은 선에서 경쟁해서 그리고 골인지점에 도달하고 싶다라면, 경주마 중에서 가끔 몇 kg짜리 짐을 발이나 넓적다리나 이런데 달고 뛰는 말들이 있어요. 얘네들한테 부담을 지워서 다른 말들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하려고, 좀 잘 나가는 말들을 그렇게 달아놓는 거죠. 근데 연애란 것은 잘 나가는 말 못 나가는 말 차이도 없거든요. 그러면 뭐 하러 처음서부터 부하가 걸리는 남들에 비해서 과도한 또 심적인 물리적인 제약을 받는 연애를 하고 싶겠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피드라는 게, 애로스라는 게, 사랑의 신인 그 꼬마가 화살을 쏘는 게, 어린이로 왜 돼있는지, 모든 신들이 다 어른이잖아요. 아프로디테도, 아폴론도 제우스도 다 어른이잖아요. 근데 큐피는 왜 애죠? 무책임하거든요. 이 사랑의 화살을 공정한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는 경우에만 쏘질 않아요. 그래서 이 큐피드의 화살을 남들에게 지탄받을 사랑, 남들한테 고통을 줄 사랑 이런데도 막 쏴버려요. 그래서 이 화살을 맞았다면 하는 수 없어요.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해 볼 것은, 감정적으로 도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 확률과 현실에 의거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짐을 지고 부담을 지고 불리한 여건에서도 해보고 싶은 싸움이야? 정말?이라고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는 거죠. 



@200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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