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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May 08. 2024

여자의 꿈과 결혼,
뭘 선택해야 할까?

연애*사랑*결혼

여자로서 산다는 건 그런 걸까?

난 21살 서울 소재 대학교에 뭐 날로 먹지만 전공하는 학문도 있는 마녀야.

내 나이가 어리다고 하면 어릴 수도 있는 나이지만 웬만한 경험도 많이 해본 나이라고 치면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지.

막 나에겐 4년 된 남자친구가 있어. 물론 지금도 우리 둘 다 너무 사랑해.

오빠는 지금 사관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에게 결혼도 하자고 해. 4년이라고 하면 계산해 보면 알겠지만 고등학교 때 연애가 시작된 거잖아.


사실 우리 집이 안 좋아. 이혼한 가정에 빛도 아주 많고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오빠가 아빠처럼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서포트를 아주 많이 해주는 그런 고마운 사람이야. 그래 사실 나 오빠 하나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마음 그게 문제야. 살면서 사랑,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여자로 태어나 한 여자로 사랑받는다는 건 정말 바꿀 수 없는 행복이야. 그래, 그렇지만 내 나이 21살이야. 나도 내 나름대로 꿈도 있고 나 이대로 의미 없이 인생 끝나는 게 아닐까 너무 무서워. 

그럼 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잠시 고등학교 때 얘기를 하자면 내가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전교 5등을 했었는데 그 뒤로는 성적이 떨어져서 전교 20등까지도 밀리더라고. 그러니까 이건 단적인 예를 든 거고 아무튼 이런 식으로 내 일에 내 공부에 쏟는 에너지가 현저히 줄어들게 돼.

그래서 한 번 헤어져도 봤지만 그럼 정말 대체 간석이 힘들더군. 우리 둘 다 사랑하는 건 사실이니까. 


물론 오빠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오빠는 나를 만나고 나서 자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도니까. 실제로도 그랬고. 인생 길게 생각하면 사랑 그게 제일 가치 있지만 나 이렇게 아무 업적 없이 죽기 싫어. 내가 내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비중이 줄어드는 건 왜일까?

역시 내가 사랑받는 여자의 역할에 너무 빠져 있는 걸까? 무의식 중에 오빠에게 너무 기대고 있는 걸까?

난 정말 독립적인 여성이고 싶은데 그런 면에선 내 문제가 뭘까? 제발 제발 도와줘.




'나름대로 꿈도 있고, 사랑도 중요하지만 의미 없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닐까' 이 문장을 한번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도 꿈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성취하고 싶은 목표 가운데서 사회적인 지위, 성공, 돈, 가정의 화목,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는 일, 뭐 이런 거를 쭉 쓸 때 사랑이라는 것도 우리가 분명히 원하고 쟁취하고 싶은 그런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출세만큼이나.


그러니까 뭐 사랑하고 꿈 하고는 대립되는 관계라고 생각을 하는 그런 경우들이 있고요.

또 제일 난처한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가운데서 결혼을 어떤 종착점이자 골로 생각하는 거. 그건 정말로 난처한 얘기입니다. 

근데 그 얘기를 기혼자들은 들으면 피식피식 웃어요.

결혼은 뭔가의 목적지이자 종착점. 그래서 그들은 결혼에 골인했다? 글쎄 결혼은 한 1라운드 공 마치고 나서 2라운드 종 치는 것쯤 되나요? 15라운드 경기 중에서?

근데 안타까운 거는 그 피식피식 웃는 기혼자들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혼할 때 그렇게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근데 이거 해보면 이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것이 죽는 날까지 가기 위해서 중간에 거쳐가는 하나의 관문이자 하나의 과정이 결혼일 뿐이란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 그 결혼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어떤 활동이나 뭐 이런 거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냐? 이거 대단히 애매한 문제입니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규정을 한 사람 사실 없습니다. 결혼하고 나면 니 거 다 접으라고 얘기하지 않거든요.


현실적으로 고충이 많다, 여성이 결혼해서 자기 꿈이나 이런 것들을 간직하면서 결혼 생활과 양립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얘기할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바로 그 장애물들 가운데서 첫 번째 장애물은 '결혼을 하고 나면 이걸 양립시킬 수 없을 거야'라는 자포자기가 현실적인 첫 번째 걸림돌 아닌가요?


글쎄 뭐 싸울 자신이 없으면 아예 결혼을 안 함으로 해서 피해버리는 방법도 있겠죠. 그것도 싸우는 방법 중의 일종이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또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하고 살아간다 뭐 이런 얘기는 그 어떤 것도 극단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A는 전부 다 옳고 B는 다 그르고.. 

여자로서 산다는 건 그런 걸까라고 말씀하시지만 스스로 여자는 그렇게 살아야 된다라는 규정이라든가 그 얽매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본인의 온전한 몫과,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있는 본인의 몫과, 이 사회가 나를 그렇게 몰아붙이고 힘들게 하는 뭔가를 엄격하게 분리해서 내가 책임져야 될 부분을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과연 세상이 다 그지 같고 세상이 다 여자들 그렇게 안 받아들여주고 결혼생활 이후에는 실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런 걸까요?

결혼 전에 아빠처럼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서포트를 아주 많이 해주는 그런 남자친구를 갖고 계시면서, 저보다는 바로 그 남자친구 오빠와 결혼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이제 슬슬슬 얘기가 되는 이런 단계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 같은 거 털어놓고 얘기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가장 많이 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의논해야 될 것은 본인 당사자들이고요.


그리고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의사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가정살림 가사노동해 가면서 자기 꿈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보고. 근데 이건 저의 지레짐작입니다마는 이렇게 아무 업적 없이 죽기 싫어라고 말씀하시지만 혹시 그러면 결혼을 미루든 결혼을 포기하든 막 그래 가면서까지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목표나 이거는 일단 확실은 한가요? 그것도 조금 걱정스럽고.


'난 정말 독립적인 여성이고 싶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독립적인 여성이기 위해서는, 제 생각에는 독립적인 여성임을 이야기할 필요 없이 독립적인 인간임을 서로 생각한다면 사실 많은 부분들의 얘기가 쉽사리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여성만을 이야기하면 상당히 안 풀리는 부분이 많은데, 독립적인 한 인간 이야기를 하면 그럼 얘기가 상당히 쉽게 풀리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되게 두리뭉실한 얘기 같은데 좀 도움이 되시길 바라고. 하여간 그런 부분들이 지금 21살에서 생각하고 있는 그런 그림들이 모든 게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다는 것. 

아니 뭐, 퀴리부인은 남편하고 부인하고 둘이서 같이 짝짜꿍 해가지고서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퀴리 부인도 남편 퀴리가 그렇게 뒷받침이랄까, 뭐 이렇게 해주면서 같이 해주지 않았다라면은 그 당시에 여성으로서 그런 연구를 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던 그런 상황일 것이고.


일단 세상과의 싸움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한 결론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오빠의 결론이 두 번째. 오빠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를 어떻게 도와줄 거냐. 그럼 사실은 나하고 오빠하고가 이미 결정이 났다면, 사관학교 다니신다고 했는데 남편이 군인이 되시고 나면은 그 뒷바라지를 정식으로 정말 군인 부인들 하는 것처럼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거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럼 그런 부분 감수해 가면서 '오빠는 마누라 지원 사격 못 받는 이 직업군인 해가지고 출세할 수 있겠냐, 오빠가 혼자 맨땅에 헤딩으로 잘해볼래 어떡할래' 이런 얘기도 해보시고. 두 사람이 그런저런 걸 상의하고, '그건 안 되겠다' 하고 같이 고민을 하고.. 이것도 사랑의 참 아름다운 과정이에요.


지금까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면 인생길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과 고민과 이런 것들을 같이 털어놓으시면서 다음번 스텝에 데뷔하시도록.


@ 200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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