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렇네요
그거 아세요? '현타'라는 말은 현실적 쓰임이 있어서 우리말샘에 올라와있다고 해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직 표준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 네 제가 오늘 현타를 거하게 맞아가지고... 그것도 막 겹겹이... 여러 방향에서... 지들끼리 똘똘 뭉쳐서 닥쳐오더라고요... '내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는 걸 예상은 했었지만 오늘같이 한 번에 온마음 다해 느껴본 건 처음이네요.
그래서 나가서 좀 걷다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왔어요. 두서없이 막 쏟아내고, 조언도 좀 듣고.
일단 해보고 나서 될지 안 될지 생각하래요. 다시 들어가서 모니터 앞에 앉으래요. 그래도 해야 된대요. 얘가 되게 똑 부러지는 친구거든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집 나갔던 정신이 허겁지겁 돌아오는 거 있죠. 그래서 집 나갔던 저도 얼른 들어왔어요 다시.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먼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있거든요(앤솔로지 클럽 브런치). 그 친구가 가는 길에 남긴 자취들을 엿보면서 동기부여도 많이 받았어요. 나도 저런 고통, 눈물, 인내, 성장, 인정 뭐 이런 것들 하나씩 얻게 되겠지?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도움이 되는 전화였어요.
아 이거 인스타그램에서 302크래프터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 분석해 준 메일이에요. 3월 네트워킹 파티 열기 전에 피드 싹 밀고 클럽에 대한 소개글을 쫙 올렸거든요. 태그 같은 거 안 걸어도 꽤 많이 좋아요 눌러주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서 저렇게 상승률이 높게 잡혔나 봐요. 이번에 글 올리기 전에는 거의 활동 안 하던 계정이거든요.
뭐 상승률이 크니까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다가 뭐라도 했으니까 반응이 크게 생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냥 간단한 사진이랑 설명글 올린 거라 딱히 시간 들여서 한 것도 아니었어요. 252개 계정에서 보고, 42개 계정이 반응해 주고, 팔로워가 6,6% 오르고,... 오? 말하다 보니까 좀 대단하네요?
그래, 뭐라도 했으니까 당연히 반응이 오는 거군요? 작은 거라도 하면 분명히 달라진다. 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니 그러고 보니 오늘도 한 분이 디스코드로 직접 찾아와 주셨어요. 저번에도 제가 먼저 제안드리지 않은 분이 인스타그램 소개글이랑 프로필에 걸린 링크 보고 알아서 가입해 주셨었거든요.
그때 그분은 제가 알고 있던 작가님이어서 반갑긴 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 와주신 분은 저도 아예 뵌 적이 없는 작가님이에요! 클럽 이름으로 뭐라도 했으니까 이런 분도 만나게 된 거겠죠.
어 뭐더라?
아 생각났어요. 그 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단 클럽 일이 생각보다 빡세기도 하고 계속해서 혼자서만 허공에 대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거든요. 작가님들이 디스코드가 낯설어서 활동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아서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카톡방에도 답이 거의 안 오고 그러니까... 어 잠시만요.
아 제가 알림을 꺼놨었네요. 단톡방은 무조건 알림을 끄는 편이라. 작가님들 많이 확인해 주셨네!
우리 곧 클럽을 단체로 설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총회를 열거든요. 그걸 온라인으로 열려고 메타버스 플랫폼 ZEP에다가 스페이스를 하나 만들었어요. ZEP 아시죠? 그거 앱 설치 안 해도 바로 입장되고 편하고 재밌잖아요. 바람의 나라 같고... 저 바람의 나라는 안 해봤는데 그런 2D? 아이소메트릭? 도트? 픽셀아트? 그런 느낌 귀여워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클럽 온라인 모임도 ZEP에서 하려고 한 거예요.
총회가 내일이라서 오늘 ZEP 스페이스 한 번씩들 들어와 보시라고 안내를 보냈더니 이게 귀여워서 그런가? 예전에 비해서 반응이 되게 좋네요ㅎㅎㅎ 답장도 많이 해주시고... 좋았어. 귀여운 걸 좋아하시나 봐요. 하긴 저도 그렇거든요.
그리고 디스코드는 어려워도 ZEP은 훨씬 더 간단하게 느껴지니까 아마도 그래서 더 편했을지도?
아 아무튼 기분 좋네요.
[302크래프터스클럽]이라 이름 붙인 커뮤니티, 그리고 이를 시작점으로 해 펼쳐진 사업이나 서비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는 이에게 벅찬 마음을 갖게 하는 몇몇 회사의 다큐멘터리가 그러했듯 전문 취재원을 붙이는 건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이니, 가상의 취재원이 날 따라다닌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활동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난 거기에 답한다. 그 내용을 정리해 때마다 공유한다. 부디 이 기록이 진짜 영상으로 남긴 레코드를 돌려보듯이 생생하게 다가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