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이 Apr 13. 2023

뭐라도 하면 분명히 달라진다

진짜 그렇네요

어디 갔다 오세요?

  그거 아세요? '현타'라는 말은 현실적 쓰임이 있어서 우리말샘에 올라와있다고 해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직 표준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갑자기요?

  아 네 제가 오늘 현타를 거하게 맞아가지고... 그것도 막 겹겹이... 여러 방향에서... 지들끼리 똘똘 뭉쳐서 닥쳐오더라고요... '내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는 걸 예상은 했었지만 오늘같이 한 번에 온마음 다해 느껴본 건 처음이네요. 

  그래서 나가서 좀 걷다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왔어요. 두서없이 막 쏟아내고, 조언도 좀 듣고.


친구분이 뭐라고 조언하던가요?

  일단 해보고 나서 될지 안 될지 생각하래요. 다시 들어가서 모니터 앞에 앉으래요. 그래도 해야 된대요. 얘가 되게 똑 부러지는 친구거든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집 나갔던 정신이 허겁지겁 돌아오는 거 있죠. 그래서 집 나갔던 저도 얼른 들어왔어요 다시.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먼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있거든요(앤솔로지 클럽 브런치). 그 친구가 가는 길에 남긴 자취들을 엿보면서 동기부여도 많이 받았어요. 나도 저런 고통, 눈물, 인내, 성장, 인정 뭐 이런 것들 하나씩 얻게 되겠지?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도움이 되는 전화였어요.


그런데 현타는 왜 맞으신 거예... 아니 그보다 일단 이거 먼저 설명해 주세요. 화면에 띄워져 있어서 봤는데, 뭔가 숫자가 엄청 큰데요?

302크래프터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의 분석 메일

  아 이거 인스타그램에서 302크래프터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 분석해 준 메일이에요. 3월 네트워킹 파티 열기 전에 피드 싹 밀고 클럽에 대한 소개글을 쫙 올렸거든요. 태그 같은 거 안 걸어도 꽤 많이 좋아요 눌러주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서 저렇게 상승률이 높게 잡혔나 봐요. 이번에 글 올리기 전에는 거의 활동 안 하던 계정이거든요.


... 좋은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축 쳐져서 말씀하세요.

  뭐 상승률이 크니까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다가 뭐라도 했으니까 반응이 크게 생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냥 간단한 사진이랑 설명글 올린 거라 딱히 시간 들여서 한 것도 아니었어요. 252개 계정에서 보고, 42개 계정이 반응해 주고, 팔로워가 6,6% 오르고,... 오? 말하다 보니까 좀 대단하네요? 

  그래, 뭐라도 했으니까 당연히 반응이 오는 거군요? 작은 거라도 하면 분명히 달라진다. 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요.

302크래프터스클럽 디스코드의 채팅 캡처

  아니 그러고 보니 오늘도 한 분이 디스코드로 직접 찾아와 주셨어요. 저번에도 제가 먼저 제안드리지 않은 분이 인스타그램 소개글이랑 프로필에 걸린 링크 보고 알아서 가입해 주셨었거든요. 

  그때 그분은 제가 알고 있던 작가님이어서 반갑긴 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 와주신 분은 저도 아예 뵌 적이 없는 작가님이에요! 클럽 이름으로 뭐라도 했으니까 이런 분도 만나게 된 거겠죠.


멋지네요! 아까 하려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오늘 현타를 맞은 이유가 뭐였나요?

  어 뭐더라? 

  아 생각났어요. 그 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단 클럽 일이 생각보다 빡세기도 하고 계속해서 혼자서만 허공에 대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거든요. 작가님들이 디스코드가 낯설어서 활동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아서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카톡방에도 답이 거의 안 오고 그러니까... 어 잠시만요.

302크래프터스클럽 작가 단톡방 캡처

  아 제가 알림을 꺼놨었네요. 단톡방은 무조건 알림을 끄는 편이라. 작가님들 많이 확인해 주셨네!

  우리 곧 클럽을 단체로 설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총회를 열거든요. 그걸 온라인으로 열려고 메타버스 플랫폼 ZEP에다가 스페이스를 하나 만들었어요. ZEP 아시죠? 그거 앱 설치 안 해도 바로 입장되고 편하고 재밌잖아요. 바람의 나라 같고... 저 바람의 나라는 안 해봤는데 그런 2D? 아이소메트릭? 도트? 픽셀아트? 그런 느낌 귀여워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클럽 온라인 모임도 ZEP에서 하려고 한 거예요. 

  총회가 내일이라서 오늘 ZEP 스페이스 한 번씩들 들어와 보시라고 안내를 보냈더니 이게 귀여워서 그런가? 예전에 비해서 반응이 되게 좋네요ㅎㅎㅎ 답장도 많이 해주시고... 좋았어. 귀여운 걸 좋아하시나 봐요. 하긴 저도 그렇거든요. 

  그리고 디스코드는 어려워도 ZEP은 훨씬 더 간단하게 느껴지니까 아마도 그래서 더 편했을지도? 

아 아무튼 기분 좋네요.








[302크래프터스클럽]이라 이름 붙인 커뮤니티, 그리고 이를 시작점으로 해 펼쳐진 사업이나 서비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는 이에게 벅찬 마음을 갖게 하는 몇몇 회사의 다큐멘터리가 그러했듯 전문 취재원을 붙이는 건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이니, 가상의 취재원이 날 따라다닌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활동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난 거기에 답한다. 그 내용을 정리해 때마다 공유한다. 부디 이 기록이 진짜 영상으로 남긴 레코드를 돌려보듯이 생생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한국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