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1)
육체적으로도 지쳐 있었지만 이 시기에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육체의 피곤함보다는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아이들에게 잘해주려 애쓰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해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버릇이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포효는 주로 조금 더 어른에 가까운 큰아이를 향했다.
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분출하기 시작한 굉음과 분노에 찬 손짓 발짓,
한 맺힌 듯 풀리는 폭언은 제 리듬을 타고 맹렬히 기세를 높여갔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갈 데까지' 가버렸고,
아이가 한참 눈물을 흘린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날 밤이면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악마 같은 엄마다....' 이런 생각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엄마와 나 사이의 유사점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하는 행위뿐이었다.
손으로 등짝을 치는 것. 그 외에는 내가 엄마보다 훨씬 비이성적이었다.
나는 엄마가 절대 하지 않았던 '했던 말 미친 듯이 반복하기',
'아이에게 내 인생에 대한 넋두리를 주절주절 늘어놓기',
'울면서 공룡처럼 발 구르기',
'엄마가 힘들어서 집을 나가버렸으면 좋겠냐고 협박하기'를
단골 레퍼토리로 써먹었다.
그러나 나는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육아서를 읽거나 다른 엄마들과
손을 맞잡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주고받은 뒤면 하루나 이틀 정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아이를 대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됐다.
내가 나를 자제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많은 책을 보고 강연을 듣고
수없이 다짐을 했는데도 내가 나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이어였다.
이러한 감정의 수렁에 빠지자 '못된 습성'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육아서 읽기와 교육 강연 순례하기, 동료 엄마들과 다짐 주고받기 의식에
매진하기 전보다 더 빈번하게 불을 내뿜게 되었던 것이다.
혹시, 나는 쓰레기인 것일까?
이 시기 마음속에 맺힌 내 이미지는 '쓰레기'였다.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안 보여? 내가 손이 열 개 달렸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 채
나는 끝도 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울고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질렀다.
반복되던 장면을 반추하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어느 때 헐크로 돌변하는지. 수많은 일들이 나를 향해 한꺼번에 덮쳐올 때였다. 그러니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한꺼번에 닥쳐올 때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