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했던 편의점 쇼핑에 이어, Travelers Choice 2020(트립어드바이저 사용자들에게 지난 1년간 높은 평점을 받은 인기 명소에 대한 인증)에 선정된 타카시마야 백화점에 도착했다. 명품관도 좋지만, 역시 제일 신나는 층은 식품관이다.
디저트의 도시답게 예쁘고 고운 빵들이 즐비한 모습에, 빵순이 원, 투, 쓰리에 도넛킬러 남편까지 행복한 쇼핑이 예정되어 있었다. 식사빵류인 호밀빵, 치아바타, 베이글과 통식빵부터 색색의 크림빵, 페이스트리, 바게트 샌드위치, 각종 파이와 타르트, 싱싱한 딸기, 포도,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에 생크림을 듬뿍 바른 샌드위치, 거기에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의 정점 케이크류와 일본 전통 디저트까지..! 눈이 쉴 틈이 없었다.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찬찬히 살펴보고 심사숙고 후 가장 먹고 싶은 빵으로 하나씩 골랐다. 개수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몇 개씩 고를 남편 때문이다. 한창때 그는, 크리스피 도넛 혹은 초코파이 한 박스를 앉은자리에서 해치웠다고 한다. 빵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식성을 물려주고 싶지가 않다.(참고로, 나는 야채, 해산물, 해조류, 고기, 과일 등 골고루 잘 먹으며 건강한 식단을 기본으로 유지하는 편이다. 단지, 빵과 디저트를 유독 사랑하는 것뿐.) 남편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섭취의 다양성과 영양성분' 면에서는 내 기준에서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최종 픽은 메론빵, 슈크림빵, 생크림 과일 샌드위치, 앙버터였다.
메론빵이 유명하데서 구매했는데 행복이, 사랑이가 또 먹고 싶대서 다시 식품관으로 돌아가 구매했다. 얼굴만 한 메론빵만 몇 개를 먹는 거니..?
남바파크스로 가 본다. 1층부터 쭉 보고 행복이, 사랑이에게 선택권을 줬는데 이곳으로 정했다. 풀네임은 Tarte & Cafe Delices Namba Parks이고, 일본 전역에 체인이 있는 유명한 타르트 카페였다. 진열장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타르트 중 행복이는 샤인머스캣 타르트를, 사랑이는 핼러윈 타르트를 골랐다. 타르트 및 케이크의 가격은 조각당 1000엔에서 1300엔 사이로 가격대는 살짝 있는 편이다.
매장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스태프분들의 서비스 응대와 친절도가 매우 훌륭했다. 직원분들과 인사를 몇 번을 했는지,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나오는 친절함이겠지만 기분이 참 좋았다. 드디어 타르트와 음료가 서빙되었고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고 싶었지만 현실은 10분도 안 걸린 7분 컷이었다. 개인적으로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류를 선호하지 않는데 여기 샤인머스캣 타르트는 맛있었다. 행복이와 사랑이는 어떤 타르트가 더 맛있냐고 물었다. 남편은 샤인머스캣, 구황작물 애호가인 나는 역시나 몽블랑(Mont Blanc_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한 케이크의 한 종류로 밤을 주재료로 만드는 디저트) 핼러윈 타르트였다.
대망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침 8시부터 12시간을 머물렀던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날씨도 예술인 데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와 겹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해리포터 존은 120분이 넘었다. 익스프레스를 끊지 않은 남편을 원망하며 배고픈 아이들 먹일 스낵바를 찾던 중, 줄이 제일 짧아 보여 선택한 호그와트 미트파이. 이 파이를 영접하는데도 30분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맛있고 유명한 집이어도 웨이팅을 하면서까지 먹지를 않는데 하물며.. 미트파이에 30분이 웬 말이냐만은 다행히 아주 맛있었다.
그 와중에 엄청나게 친절하신 직원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네 번째 놀이기구를 기다리는데 정말이지 울 뻔했다. 다리는 아프지, 배는 고프지, 심지어 재미도 없지... 남편은 내 눈치를 본다. 저혈압이라 더 힘들 거라며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위로도 해 주며.
숙소에 돌아와 거나하게 먹고 마신 뒤 사진 정리를 하는데, 고맙고 동시에 미안했다. 어느샌가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포장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드러내버리게 되는 유일한 남자에게.
아무리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스스로도 내 모습과 행동이 마음에 안 들고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지 않은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시간이 필요한 나를 이해해 주려고, 보듬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새삼 고마운 일이긴 하다.
'맛만 본다면서 빵을 세 개씩 먹는다고, 콜라를 몇 잔 째 마시냐고 구박해서 미안해. 좋게 말했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텐데. 그조차도 못하겠던 나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건 내 몫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