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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Nov 22. 2023

소울푸드, 영혼의 안식_연어 예찬

사장님이 味(미) 쳤어요.

'저녁 먹었잖아, 빵도 먹었고.'

다짐하고 다독여 보지만 연어롤 하나가 입에 들어왔다.

'그래 회는 싱싱할 때 먹어야 하니, 연어만 먹자.'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되돌리기는 어렵다. 두툼하게 썰어진, 쫄깃하고 찰지고 탱글탱글한 연어가 살포시 올라간 연어롤을, 고추냉이를 섞은 초밥 간장에 톡 찍어 먹는 첫 입은..! 언제나 짜릿하다. 이 좋은 걸 어떻게 한 입만 먹고 끝낼 수 있을까? 나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얼마나 연어를 좋아하냐면, 처음으로 만진 맨살의 생선이 연어였다. 내가 원하는 그 두툼한 두께로 실컷 먹고 싶어 바로 달려가 회로 한 접시, 사케동(연어덮밥)으로 한 접시. 마지막 한 조각까지 황홀한 한 끼였다. 이후에는 자신감이 붙어 사람들을 초대하여 연어 한 상을 대접해 보았다.



처음 만져본 생연어, 회로도 먹고 덮밥으로도 만들었다. 정말 맛있는 한 끼!






나의 단골 식당,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연어도 연어인데 달걀초밥 애호가인 남편과 아이들도 반한 곳이다. 외식을 안 좋아하시는 아버님도 우리 집 오실 때 제일 마음에 들어 하신 메뉴이자 음식점이다.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빵을 좋아하기도 해서 밥은 많이 먹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연어초밥과 연어롤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연어롤은 하나가 거의 주먹만 한데 한 접시를 다 비운다. 대식가인 남편도 여덟 개를 다 먹기 힘들어하는데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낸다. 사장님도 놀래고 남편은 경탄하고 친구는 박수를 쳐주었다. 대사량이 부쩍 떨어진 요즘은 양심상 주로 점심에, 조금씩 먹고 있다.


My all time favorite 연어롤






나의 연어 사랑은 뷔페에서 빛을 발하는데, 남편은 흐뭇하게 바라보다 신기하게 쳐다보며 마무리된다. 두툼한 연어 회가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연어라도 많이 먹으면 살로 가기 때문에 다음 날 띵띵 부운 눈과 달리기를 마주하지 않으려면 네 접시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디저트도 먹어야 하니깐.


버섯과 샐러드는 연어와 디저트를 먹기 위한 빌드업이다.




연어 샐러드도 빠질 수 없다. 아보타도와 연어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이 둘을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우리 집에는 나뿐이라 가족 외식에서는 배제하는 음식으로 친구들 모임에서 주로 주문하는 메뉴이다.





두툼한 연어회가 당기는 날이다. 언제는 안 그랬겠느냐만.

행복이와 사랑이는 연어회는 특유의 졸깃한 식감과 비릿함 때문에, 연어 스테이크는 다른 생선에 비해 특별히 맛있지 않다는 이유로 연어를 전혀 즐기지 않는다. 나의 소울푸드의 참맛에 대하여 공유하지 못하는 건 살짝 아쉽다. 언젠가 연어에 눈을 떠, 셋이서 연어 한 상 가득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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