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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Nov 11. 2023

놀이터 죽순이는요,

'독수리'가 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엄마들의 가장 큰 소망과 바람은 내 아이가 좋은 친구들, 따뜻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특히, 여자 아이를 둔 엄마들은 교우 관계가 초미의 관심사일 거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4학년이 되고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과 대면 상담을 했던 날,

"행복이는 친구들을 배려하고 잘 도와줘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들어주니, 친구들이 행복이를 좋아해요. 단짝 친구도 있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내가 가장 바라던 상황과 모습이어서.






불과 몇 년 전의 행복이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또래 아이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아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낯선 상황에서는 일단 주위를 탐색하고 관찰하는데 집중해야 했던 아이.

편안함과 익숙함을 충분히 느낀 후에야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 가능했던 아이.

문화센터의 모래 놀이 수업에서도 모래를 한 알 만지기까지 가장 오래 걸렸던 아이.

4살 때 처음으로 다닌 어린이집에서도 제일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그러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건, 행복이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자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정반대의 성격인 나는, 그런 행복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고 짠했고, 동시에 답답하고 갑갑했다. 아이의 모든 기질과 성격은 존중받아야 하고 좋고 나쁨이 없음을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내' 아이가 되면 이성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게  또 '그' 엄마의 사정이다. 게다가, 아이의 사회성 중에서 친구 관계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랬던 행복이는, 어떻게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런 성장의 원동력은 하원 후 매일 갔던 놀이터에 있다.



행복이 나이 6살, 낯선 동네로 이사와 아는 친구 하나 없을 때, 같이 놀자며 먼저 손 잡아준 유치원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땀 흘리며 뛰어놀았다. 우리는 그렇게 놀이터에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 놀이의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법, 내가 무슨 놀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친구와 놀 때 더 신나는지, 그러면서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고, 갈등이 일어났을 때 풀어가는 방법 등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들을 통해 행복이는 본인의 성격, 장점, 강점을 알아가며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더워도 추워도 비가 오는 날에도






행복이를 요즘 알게 된 동네 엄마들은, 원래 활발하고 명랑하고 사교성이 뛰어난 아이인 줄 안다. 낯 가리고 조용히 말 한마디 안 하던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많이 성장했는지 듣고 나면 모두 놀란다.


4학년 같은 반 친구 서아네로부터 행복이의 별명이 '독수리'라고 전해 들었다.

'어디서나 으뜸이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잘 도와준다고.'

행복이를 좋게 봐주는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고, 궁금했던 아이의 사회생활 한 켠을 알게 된 것도 기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둘째까지 열심히 놀리고 있다.

언니 덕분에 2살 아가 시절부터 여기저기 끼어서 잘 노는 둘째


그 사이 나도 늙어서 힘들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놀이터 이모'에서는 내려왔지만 그래도 놀이터에 간다.

요즘 우리 아이들, 배울 것도 들을 것도 외울 것도 참 많다. 어른만큼 바쁘다.

그래도 어렸을 때 아주 실컷 놀아보는 시간들이,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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