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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Nov 24. 2023

개운하신가요?

배설, 비움, 제거에 대하여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 어제 섭취한 음식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시원하게 보내 버리는 찰나를 마주했을 때. 이어서 체중계에 올라 가 내가 좋아하는 그 숫자가 나타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마흔은 불혹(不惑_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함)이라는데 마흔 하나에도 여전히 '미불혹(未不惑)'인 나는 가벼워진 배에, 체중계가 보여주는 숫자에 일희일좌(一喜一挫_기쁘기도 마음과 기운이 꺾이기도 함)한다.



이 완벽한 순간을 매일 마주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몸의 기능들이 약화되면서, 가장 먼저 노화가 찾아 온 곳은 장과 눈이었다. 사십 평생 딱 한번, 생사를 오갔던 영국에서의 화장실 이벤트를 제외하고선 변비에 걸린 적이 없을 정도로 장은 나에게 그 어떤 시련도 주는 장기가 아니었다. 그러던 나의 장이 점점 퇴화하고 운동성 또한 약해지며 예전만큼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주가 넘게 시원한 아침을 맞아하지 못했고, 어느 시점 이후로 나의 모든 감각은 '비움'으로 향했다. 모든 순간이 쾌변과 연결되는 기가막힌 상상을 하는 경험까지. 누구를 만나던, 무슨 음식을 먹던, 어디를 가던 심지어 잠 자기 직전까지 '그' 생각 뿐이었다. 변비에 좋다는 건 다 해봤다. 차전자피, 다시마, 키위, 사과, 방울토마토 등 마지막에는 변비약까지. 약으로 잠시 해결은 되었지만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마지막에는 무릇 내 몸뚱아리가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배설'을 수행하지 못함이 너무 속상했다. 각고의 노력 덕분에 험난했던 2주가 지나고 나의 장은 다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잊고 있던 인생의 큰 가르침을 얻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들.    






뜨거운 탕에 몸을 녹이고 온몸을 깨끗하게 씻고 가끔은 때도 민다. 목욕 후 각질은 제거 한, 그 보드랍고 맨들맨들해진 발 뒤꿈치를 만질 때의 그 촉감이 정말 좋다. 내 몸을 소중하게 귀하게 대하는 느낌도 들어서 더 좋다. 이 기본 명제를 나는 목욕탕에서 배웠다. 김이 서려있는, 목욕탕 특유의 냄새가 좋아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처음에는 정말 씻으러만 갔는데 가다 보니 뜨뜻한 탕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좋아졌다. 날이 추워서, 날이 더워서, 비가와서, 피곤해서, 찌뿌둥해서, 다리가 부어서, 힘들어서... 목욕탕을 가야 할 날들은 계속 되었고 목욕이 주는 개운함과 잠들기 직전에 마주하는 노곤함에 빠져들었다.       








배설

모든 생물이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남은 몸 안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 왠지 더러워 보이지만 생명체라면 정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지극히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동. 제대로만 하면 정말 시원하고 좋다. 그리고 배설욕은 인간의 기본적 생리 욕구 중 하나로 식사 후 포만감이나, 재채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며 적게 하면 건강에 이상이 오고 아예 안 하면 죽는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에서 20대 여성이 배설을 못 해 죽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배설욕을 느낀다면 건강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시원하게 쏴주자.

(출처: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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