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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Nov 27. 2023

이더 웨이(Either way)

오해받아도 괜찮아

조금 과장을 보태어,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아이돌 노래를 듣고 있다. 아이돌이 꿈인 11살, 7살 딸들과 함께 사는 엄마의 행복이랄까, 고초랄까. '요즘 노래 진짜 잘 만든다.', '어쩜 다들 이렇게 예쁘지..?', '아, 몇 곡째 듣는 거야, 이제 그만 좀 듣고 싶다.'의 반복 속에서, 도입부부터 나를 사로잡은 노래가 있다.

아이브의 Either Way.




누가 내 말투가 재수없대 잘난 척만 한대
또 누구는 내가 너무 착하대 바보같을 정도래
가끔은 이해조차 안 되는 시선들
억울하기도 하지만
오해가 만든 수많은 나와 얘기해
우리 모두 다 '나'야
Either way, I'm good 전부 좋다구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닌 걸
모두 다르게 사랑하듯
내게는 언니같은 친구인데 어리광이 심하대
털털한 줄 알았던 저 아이는 마음이 넘 약한 걸
쟤 I 라서 그래 넌 E 라서 그래 됐고 그냥 V 나 하자
(Either Way by IVE)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많은 걸 배운다 했다.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에 동기부여가 되고, 다정하고 주변 사람을 세심히 챙기는 성격, 상냥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동기들은 그녀의 갸름한 얼굴과 도톰하고 빨간 입술이 매력이라고 했다. 예쁜 말을 자주 하는 C는 그녀가 자신의 뮤즈라고 언급했으며, 정 많고 사람 좋은 Y는 그녀를 자신의 멘토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떤 이는 '넌 너무 마음이 약하고 너무 잘 울어.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착한 척이야 그거. 그게 무슨 고민이야, 내 얘기부터 들어봐. 얼굴형이 오이 같아 ㅋㅋㅋ. 선글라스와 모자는 안 어울리니 쓰지 마.'라며 그녀에게 조언했다.

동일 인물인 '그녀'를 보는 상반된 시선들. 그녀는 나다. 개의 칭찬과 격려를 받고서도 부정적인  마디가 가슴을 비집고 들어온다. 신경을 안 쓰고 싶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기분이 상한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는 경험치가 쌓이고 정서적으로도 숙성되고 발효되어 거르고 있다. 사람 보는 안목도 생기면서 좋은 영향,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나도 점점 그들을 닮아간다. 관계 의존적인, 주관도 없고 자기 의견도 없던, '뭐든지 다 괜찮아, 좋아.'를 달고 살던 14살의 소녀는, 자기 확신이 생긴, 타인을 존중하며 스스로도 존중할 줄 아는, 마흔 하나의 여자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해.'라고 툭 털어버리는 경지에 이를 때도 있다. 독서와 쓰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릴 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기에, 한동안 어떤 이의 말대로 선글라스와 모자를 일절 착용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한 명의 의견일 뿐이었는데도.

몇 년 후, 대학교 친구들과 백화점에 갔다 1층에 설치된 팝업 스토어에서 선글라스를 시착해 보았고, 당시의 친구들은 나에게 선글라스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착한 친구들이라 더 그랬겠지만 다시 물었어도 같은 대답을 해줬을 것이다. 내가 봐도 괜찮은 것 같아 그 선글라스는 구매하여 잘 쓰고 다녔다. 지금의 나는 노화가 온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남의 평가에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기에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도 쓰고 다닌다.







같은 행동을 해도, 누구는 그게 좋고 또 다른 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꽤 오랫동안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다. 거기서 나오기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고, 값비싼 대가를 치루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봐도 많이 단단해지고 분명해졌다. 이런 내 모습이 훨씬 좋다.










(사진 출처 ’설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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