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담백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힘 빼고 유연하게
모든 순간을 파도 타듯 즐기는 심리수업
올 해 읽은 심리책 중, 필사한 구절이 가장 많은 책이다. 소중한 간식 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쏙쏙 꺼내 먹는 초콜릿처럼, 노트에, 블로그에, 한 문장 한 문장을 넣어 두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에, 독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그래도 역시 손이 자주 가는 장르는 인문학, 뇌과학, 심리학이다.
여러 권의 심리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의 특장점은 책을 통해 발견하거나 인정하게 된 내가 가진 미숙한 마음들에 대한 개별 처방전을,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를 미숙하게 만드는 불안, 애정결핍, 열등감이 어디서 어떻게 왔고, 그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방법과 더 나아가 성숙하게 성장하는 기술까지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실용서라고 볼 수 있다. 놀라울만큼 솔직했던 작가의 이야기도 다음 페이지로 넘기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가진 미숙한 마음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떻게 투영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게 되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살펴본다고 바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건 지난 세월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의식하는 것부터가 꽤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몰랐던 미숙한 마음 2. 가짜 자기
부모가 아이를 존재 자체로,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지 않고 조건적으로만 사랑을 주면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가짜 자기를 가질 수 있어요. 또 아이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부모의 주관적인 틀에 맞춰 과도하게 통제하며, 잔소리를 하는 경우에도 가짜 자기를 갖게 됩니다.
1. 하루 10분 내 마음 보기: 종이를 펴고 오늘 내 마음은 어땠는지 떠오르는 것들을 솔직하게 써보세요. 원하는 게 떠오른다면 아주 작게라도 실천하고요.
2. 기분 나쁘지 않게 자기표현하기
3. 상대방을 과소평가하지 않기: 상대방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운 마음에 혼자 속앓이를 하며 모든 감정을 책임지려 하지 마세요.
#나도 몰랐던 미숙한 마음 3. 완벽주의
1. 흑백논리 오류에서 벗어나기: 결과의 척도를 객관적으로 말하기, "이번 시험은 70점 받았어."라고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는 거에요.
2. 실수 알레르기 버리기: 실수했다는 사실에 집중해 괴로워하기보다 다음에 보완할 부분을 생각해요.
3. 셀프 칭찬하기: 잠들기 전, 오늘 내가 잘한 일, 긍정적인 면 떠올리기.
4.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5. 과정을 소중히 여기기
#나도 몰랐던 미숙한 마음 5. 타인을 미워하기
유독 거슬리는 사람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 사람이 별꼴일 거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유독 나만 짜증나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러는 걸까요? 심리학자 칼 융은 '그림자'라는 개념을 소개했어요. 융이 말하는 그림자는 내가 너무 싫어하는 내 모습, 그래서 무의식에 집어넣고 외면해 버린 내 열등한 부분이에요. 그림자는 무의식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굉장히 불쾌한 기분으로 내 그림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영원히 보고 싶지 않았던 내 열등한 모습이 그에게서 반영된 거죠. 내가 어렸을 때 유독 혼났던 부분, 내가 열등하다 생각하는 부분, 내가 받아보지 못한 걸 누리는 사람 등 내 안에서 어떤 역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싫은 거지, 아무 이유 없이 거슬리지 않습니다.
1. 투영의 법칙 이해하기: 누군가가 밉다면 그 사람에게서 미숙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요. 화살을 돌리며 미워하는 대신 나를 이해하고 돌볼 수 있어요.
2. 그림자와 화해하기: 내 그림자를 그대로 보듬어 주세요. 자책하며 수치심을 주는 대신 따뜻하게 끌어안는 거에요.
3. 나의 장점도 보기: 누군가가 너무 부럽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왜 그 사람을 부러워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내 안에 바로 그 장점이 이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해요. 더 개발하고 싶은 자신의 장점입니다.
#나도 몰랐던 미숙한 마음 6. 쉽게 상처받기
1. 나의 성향을 인지하기: 불안이 높고 완벽주의가 강한 사람, 사회적 민감성을 높게 타고 난 사람,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쉽게 상처 받을 수 있어요. 성향일 뿐,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2. 과거의 상처와 현재를 구분하기: 과거의 상처가 자꾸 떠올라 현재를 불안하게 한다면, 상처받았을 당시의 내 감정과 생각을 떠올리고 그 마음을 달래 주세요.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라는 걸.
'가짜자기'와 '완벽주의'에 관한 부분에서 특히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스스로가 씌운 프레임에서 참 오랫동안 갇혀 지냈다. 넘어와보니 비로소 보이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한 발짝 넘어갈 용기도, 엄두도 안 났었던 것 같다. 화를 냈다고 나쁜 엄마가 되는 걸까, 반성하고 자책하며 후회하는 긴긴밤을 보낸 후, 며칠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해버렸기에 스스로의 모성애까지 의심해야 할까, 아이들이 아픈 건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걸까, 모두와 꼭 잘 지내야 할까,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면 성격이 예민하다고 치부해 버릴까, 한 명과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사회성에 대해 의심을 품어야 할까, 1kg 찐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정하기 싫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되면 무너질까? 나는 알게 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렇게 한 걸음 더 성장했다고 기뻐하는 찰나,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막상 1kg가 더 붙은 숫자를 마주하는 아침, 나는 여전히 일희일비했다. 이는 인지하는 나와 느끼는 나, 그리고 행동하는 나 사이의 괴리감을 안겨 주었고, 이 괴리감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책을 덮으며, 내일 아침에도 체중계에 올라가 기쁘거나 좌절하거나 후회하겠지만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아도 예전만큼 괴롭지 않다. 내 안의 다름도 나라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봐주기가 내게는 절실했다는 걸 깨달은 덕분이다.
삶 전반에 걸쳐 기대 수준이 높은 완벽주의 성향이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니, 엄마로서 꼭 연습해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있다. 행복이, 사랑이를 존재 자체로,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고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머리로는 차고 넘치게 알고 있으니, 온 몸 구석구석 배이도록 연습할 계획이다. 아끼고 보듬고 사랑만 주기에도 짧은 인생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