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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Dec 12. 2023

쫄보의 피부과 시술 도전기

이제는 때가 온 것 같다

"아름다움님, 오늘 필러 예약이신 거죠? 원장님 상담 후에 진행하도록 할게요."

"네!!"


올 초, 큰 마음을 먹고 피부과에 갔다. 지금까지는 홈케어만으로도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겁도 워낙 많아 시술의 아픔을 견딜 만큼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1월의 햇살 가득한 어느 날, 자연광 아래에서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본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늙어 보여서. 공교롭게 그 주에 나의 자존감 지킴이들(만날 때마다 예쁘다고, 피부가 백옥 같다고 칭찬해 주는 나의 착하고 너그러운 천사 같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들조차 나의 노화를 인정했다... 큰 일이다. 예약이 시급했다.


일단, 접근성이 좋아야 하니 동네 분들이 추천한 근처 피부과에 전화를 돌렸는데 예약 가능한 시간이 나와 맞지 않아 다시 알아보던 중, 20대부터 피부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는 관리녀(피부 관리하는 여자)들의 추천으로 주사를 안 아프게 잘 놓는다는 원장님이 있는 병원으로 예약을 해 두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피부로, 얼굴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신났다. 큰 결심한 만큼 너무 아프지만 않다면 고통은 참아내리라, 비장한 각오로 설렘 가득 안고 집을 나섰다.





"아름다움님, 필러로 예약하셨는데 부위는 어디를 생각하시나요?

"볼 쪽에 살이 빠지면서 얼굴선이 팽팽하지가 않아서요. 라인이 봉긋하게 볼이랑 팔자 주름 부위에 필러를 맞고 싶어요. 그쪽을 채우고 싶어요"

"말씀하시는 그쪽은 움직임이 많은 부위라 필러를 맞으셔도 원하시는 만큼의 효과는 못 보실 거예요. 금방 빠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직은 필러 맞을 정도는 아니세요."

"아... 그럼 오늘 볼이랑 팔자 주름 필러는 못 하는 건가요? 저 꼭 하려고 마음먹고 온 거거든요, 친구들이 필러 맞을 거면 원장님한테 가라고 강추(강력추천)해서요."

"아름다움님이 원하는 그 팽팽하고 채워진 느낌은, 필러로 효과 보시기 힘드세요. 리쥬* 하시는 맞을 것 같아요."



리쥬*, 요즘 정말 핫한, 많이들 하는 시술이다. 잔주름과 모공을 줄여주며 피부를 환하게 해주는 화이트닝 효과도 있어 내 주위 친구들도 받고 있거나 받았던 시술이라 잘 알고 있다. 더불어 효과가 좋은 만큼 매우 아프다는 것도. 통증을 잘 참는 최측근조차도 리쥬*은 정말 아팠다는 후기를 전해 주었기에 들은 이상,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예방주사 맞는 것도 아파하는 겁꾸러기 마흔한 살 아줌마인 나에게 얼굴을 주사기로....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어떻게 마음먹고 낸 시간인데, 통증의 강도가 약한 걸로 간곡히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스*보톡스를 권하시며, '아름다움님은 아픈 건 너무 힘드시다고 하니 일단 이마만 해 보셔요.' 하셨다. 피부과 베드에 누워, 선생님께 다시 한번, 아프게 해 주시기를 청하며 스*보톡스 시술은 시작되었다. 마취를 꼼꼼하게 주셨는데도 아팠다. 같은 시술을 얼굴 전체에 받은 친구는 통증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 보니, 이보다 훨씬 아프다는 리쥬*은 역시 나에게는 무리였음이 확인되었다.





#정리하자면,

* 시술 아픔 정도:  주사, 아픈 거 무서워하는데 참을 만은 했다. (참고로, 여기서 주기적으로 시술받고 있는 지인들을 이 시술을 얼굴 전체에 받을 때도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 효과: 시술 후 1~2주 정도 지나고부터 속광이 조금씩 올라온다. 특히 맨 얼굴일 때 효과가 빛을 발하는데 목욕탕이나 길에서 피부 좋아진 것 같다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중 몇몇은 같은 시술을 받으러 피부과에 갔다. 아래 사진들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찍은 건데, 이마에서 잔잔하게 광이 났다. 내가 딱 원하는 은은한 광택이 도는 피부결이다.



* 지속성: 아쉽게도 통증의 강도가 약한 만큼 두 달 좀 넘게 유지되었다.  

* 부작용: 효과 및 시술 강도는 마음에 들었지만 재시술 여부를 고민하게 된 건, 눈 시림 때문이었다. 안구 건조증이나 알레르기가 왔던 시기랑 겹치긴 했었는데, 어느 날은 눈이 너무 시려 안과에 갔더니 이마가 살짝 팽팽해지면서 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3주 정도 지나니 눈 시림은 많이 좋아졌다.






나같이 주사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제 발로 피부과 시술을 받으러 갔을 정도면 절실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간절한 바람, 내면과 외면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 어른, 엄마가 되고 싶다. 여유롭고 평온하고 단단하며 감사할 줄 아는 내면의 아름다움, 광나는 투명한 피부와 윤기 나는 풍성한 머릿결, 탄탄하고 건강한 몸의 외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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