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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카톡이 왔다

마음을 기록하니 추억으로 돌아왔다

by 아름다움

가족 단톡방에 알람이 울린다.

아빠가 보낸 메시지, "우리 딸한테 예전에 받은 이메일 한통"

클릭하니, 26살의 내가 쓴 이메일이 나왔다.





Dear 아빠께,


오랜만에 메일을 씁니다.

갑자기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고 있구나...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아빠한테 메일 한 통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다닌다고, 바쁘다고, 밖에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가장 편하고 사랑하는 가족들한테 많이 소홀해진 거 같아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마음과는 다르게 잘 표현하지 못했네요.





아빠가 나이 드는 모습이,

그만큼 나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나 봐요.

이만큼 키워주신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인데...

최근 1, 2 년.. 돌이켜 보면 일하고 내 일정 바쁜 것만 신경 쓰다 보니 그냥 이해해 주시겠지라고만 생각했어요.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은 같은데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아빠 항상 힘내시고..화이팅이에요!!

아빠 마산 가기 전에 다 같이 놀러 갑시다.

혼자만 산에 다니시지 마시고요.^^



2008.02.19 아빠의 자랑스러운 큰딸이 되고픈 아름다움 드림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아빠는 우리 큰 딸의 메일한통을 받고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그리고 많이 컸구나..

한편으론 대견하고 한없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아.. 이렇게 깊은 속을 갖고 있는 우리 딸로 우뚝 서있구나..


네가 어렸을 때는 많이 업어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아빠가 좀 더 가정적으로 우리 가족을 사랑해야 하는데 말이야.

아빠 역시도 생각대로 실천 안 될 때가 많단다..

그래도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너의 모습을 보고

아빠는 마음이 무척 편안하단다.

그래 우리 가족끼리

마산 내려가기 전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꾸나.

네가 가자는 곳 어디라도...

사랑한다 OO야... 엄마도 많이 사랑해야지..

할머니한테도 말이라도 따뜻하게 잘해드려라..

아빠한테 신경 쓰지 말고...

사랑한다 OO야..


2008.02.19 널 사랑하는 아빠가






아빠와 나는 얼굴부터 혈액형까지 정말 많은 부분이 닮았다.

그래서 가장 가까웠지만 한때는 누구보다 멀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다.


잠 많은 딸을 위해 5분 거리인 학교에 매일 데려다주셨던 아빠,

산 타기 싫어하는 딸, 엄마가 못 먹게 하는 컵라면 사주시며 등산시키신 아빠,

어학연수 준비할 때 하나부터 열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아빠,

매일 예쁘다고, 미인이라고 칭찬해 주시는 아빠 덕분에, 한동안은 정말로 내가 예쁜 줄 알고 살았었어요.

그 원동력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꼭 아빠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서랍 안에도 끄적거리던 글이 세 개나 있답니다.



아빠, 엄마 한테처럼 표현은 못 했지만 정말 정말 고마워.

올 해는 우리 가족 다 함께 여행 가요, 꼭이요!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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