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기반 적응 및 자연기반 해법의 개념과 사례
* 좋은 기회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글 한편을 싣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본 글에는 분량 관계로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포함한 전문을 게시합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실린 글은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배경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기후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즘,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개인적·조직적인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며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위협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 중 절반은 농촌지역에 거주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농촌거주인구가 인구의 약 70%로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대부분의 주요 생계수단은 농업이며, 소규모의 영농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구 전체 인구 중 소농민은 약 5억 명에 달하며, 이들이 경작하는 농경지는 전체 농경지의 약 85%에 달합니다. 이러한 수치를 볼 때, 오늘날의 식량 문제에서 소농민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라는 점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기아를 겪고 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소농민이며,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기아 상태에 놓여 있는 인구의 약 75%가 소농 가구라는 점이야 말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기후변화는 개발도상국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수많은 소농민과 주민을 더 큰 위협에 빠뜨립니다. 안정적인 농업활동을 보장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재하여 오롯이 자연자원에 의존하여 농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소농민들에게 기후변화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소농민들은 기온 상승과 변덕스러운 강우로 인한 농작물의 생산성 저하, 이전보다 빈번해진 가뭄 및 홍수로 인한 피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해충 피해 등 여러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위기를 겪는 소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사회안전망은 부실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들이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 국내 농업농촌개발 ODA 사업의 특징 및 동향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소농민과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정부기관, NGO 등 여러 국제개발협력의 주체들이 다양한 농업농촌개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농업농촌개발 프로젝트는 다양한 구성요소와 활동으로 이루어지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농촌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농촌개발 프로젝트들이 여러 개발도상국 농촌지역에서 수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농업농촌개발 ODA 사업에서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프로젝트의 기본 접근법으로 삼은 프로젝트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즉, 주민 참여적인 요소를 농촌개발 ODA 사업의 기본 접근법으로 가져가는 것은 우리나라 농촌개발 ODA 사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국내의 대표적인 무상원조기관인 KOICA는 「KOICA 기후행동 중기전략(2021~2025)」와 「KOICA 농촌개발 중기전략(2021~2025)」를 통해 기후 위기 상황에서의 농촌개발 ODA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KOICA 기후행동 중기전략(2021~2025)」에서는 3가지 전략목표 중 한 가지로 녹색회복 및 기후적응 지원을 설정함으로써, 농촌개발 사업 추진 시 기후영향 및 회복력 향상을 고려한다는 원칙을 수립하였다. 또한, 「KOICA 농촌개발 중기전략(2021~2025)」에서는 ‘주민 공동체 역량강화’와 같은 기존의 농촌개발 ODA 사업 요소들뿐만 아니라 ‘농업자원 지속가능성 강화’, ‘기후변화 대응 농촌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중점 사업 요소로 제시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요소를 적용하는 것을 전략 방향으로 수립하였다.
3. 기후변화 적응 및 지속가능한 농촌개발을 위한 주요 개념 소개: 지역사회 기반 적응(Community-Based Adaptation)과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위와 같이 국내 농촌개발 ODA 사업의 특징 및 동향을 살펴보았을 때, 앞으로의 농촌개발ODA 사업은 주민 참여적 요소의 이점을 지속해서 강화해 가면서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요소를 접목해 가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글에서는 기후변화 적응 및 지속가능한 농촌개발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개념 2가지, 지역사회 기반 적응(Community-Based Adaptation)과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을 소개하고 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3.1. 지역사회 기반 적응
우선, 주민 참여적 접근법은 이전부터 농촌개발의 중요한 접근법으로 자리 잡아왔으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해 가야 하는 현재와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민 참여적 접근법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들을 소개하는 여러 가지 개념 및 원칙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개념으로 지역사회 기반 적응(Community-Based Adaptation, CBA)을 소개하고자 한다.
CBA는 지역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개발도상국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적응을 지원해 주고자 하는 개입방법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계획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지역주민들이 역량강화 교육을 받은 후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행계획(Action plan)을 직접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며 계획을 수행하는 사업요소를 담고 있는 국내 농촌개발ODA 사업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CBA는 주민들이 현존하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 경험과 상황,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기후 위기의 위협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예상되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계획을 실행계획 내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를 해준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3.2.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
또 하나의 원칙은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있어서 자연자원의 보존 및 활용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면서 큰 관심을 받는 자연기반 해법(NbS)이다. NbS는 2009년 UNFCCC의 COP 15에서 조명받기 시작한 개념이자 프레임워크로, 2022년 발표된 USAID의 기후전략(USAID Climate Strategy 2022-2030)에서도 5가지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설정될 정도로 근래 여러 국제개발협력 기관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전부터 환경과 인간사회에 대한 연관성을 중시했지만, 특히 21세기 들어 기후변화가 큰 이슈로 등장하면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생태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2005 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에서는 국제적인 생태계 황폐화가 인간의 웰빙 감소와 연계점이 있다는 강한 근거가 제시되었고, 그 이후 생태계기반적응(Ecosystem-based Adaptation, EbA)이라는 용어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인간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증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전략의 일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EbA의 개념을 토대로 NbS라는 개념이 함께 떠오르며, 자연 보전뿐만이 아닌 인간사회와 자연 모두에 집중하고자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NbS의 개념에 대한 정의는 점차 더 발전하고 다양해져 왔다. 여러 정의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NbS는 ‘자연과 생태계의 보호, 관리 및 회복을 통해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서는 NbS가 해결할 수 있는 6가지 사회적 도전과제로 ‘기후변화, 식량안보, 물 안보, 건강, 재난 위기, 사회경제적 발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4. 주요 접근법의 활용 사례
4.1. CBA의 사례: 녹색기후기금(GCF)의 Scaling up the Use of Modernized Climate Information and Early Warning Systems in Malawi
4.1.1. 프로젝트 개요
유엔개발계획(UNDP)와 말라위 정부는 녹색기후기금으로부터 지원받아 말라위에서 기후 정보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한 소농민 지원사업을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37개의 홍수관측소와 34개의 기상관측소 설치를 지원하였고, 이 관측소들은 홍수 및 기상 정보의 가동범위를 확장했다. 또한, 이동전화, 출력물 및 라디오 등을 활용하여 기상 및 기후 기반 농업지도 서비스를 농가 단위에 지원하였다.
4.1.2. 프로젝트의 특징: 참여적 농업 기후정보 통합서비스(PICSA)
본 프로젝트의 특징은 또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Participatory Integrated Climate Services for Agriculture(PICSA)라는 사업 모델을 적용한 점이다. PICSA는 영국의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에서 개발되어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모델로, 기상 관측소 등을 통해서 예측되는 기후 상황 등의 정보를 농민들에게 전달해 주고 이를 기반으로 농민들이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게 지원해 주는 모델이다.
PICSA 모델은 12가지 단계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인 진행방법은 아래 표와 같다.
본 프로젝트는 말라위의 국립 소농민연합(National Smallholder Farmers Association)과 농업지도부(the Department of 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s)가 협업하여, 대표농민 그룹을 대상으로 과거의 기후정보와 기후정보를 제공받은 후의 전략수립과 의사결정 방법 등을 교육하는 방식으로 PICSA모델을 실행하였다.
1.1.1. 프로젝트의 성과 및 영향
GCF가 해당 사업을 대상으로 영향평가를 진행한 결과, PICSA 모델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농민들의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강화하는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PICSA교육에 참가한 농민들은 교육 전후를 기준으로 농가 의사결정을 할 때 시기별 기상예보를 활용하는 비율이 증가하였고, 작물의 품종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기상예보를 참고하는 농민의 비율이 증가하였다. 실제로 참여농민 중 36.4%의 농민들이 기상예보를 접한 후에 선택한 작물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더욱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교육 참가 농민들의 연간 옥수수 생산량이 미참가 농민들의 평균보다 약 434~505kg/ha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약 60%가량의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1.2. NbS의 사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Adaptation for Smallholder Agriculture Program(ASAP)
1.2.1. 프로그램 개요
국제농업개발기금(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 IFAD)에서는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생물다양성과 환경 보호, 그리고 생태계서비스와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NbS의 높은 잠재성을 인지하고 2012년 Adaptation for Smallholder Agriculture Programme(ASAP)이라는 대규모 프로그램을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의 소농들이 기후 관련 위기요소를 줄이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농업생산성을 증대하는 등 여러 사회·환경적인 임팩트를 끌어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진행된 7개 국가(에티오피아, 감비아, 라오스, 니카라과, 니제르, 수단, 타지키스탄)의 각 프로젝트를 분석하여 NbS의 결과와 교훈(lessons learned)을 도출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분석을 위해 분석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여 NbS의 주제, 기대효과 및 활동목록을 제시하고, 각 국가 및 지역별 상황에 맞추어 기획되고 실행된 활동들을 정리하였다. 이 중 NbS의 주요 활동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1.1.1. 프로그램의 성과 및 영향
해당 보고서는 7개 국가에서 진행된 NbS 프로그램의 성과 및 영향을 5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o 기후변화 적응: Landscape Approach 적용
농경지에 나무를 식목하거나 토양 유실을 막는 활동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우에 대응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니카라과에서는 커피와 코코아를 심은 농경지에 shade trees를 심어 커피와 코코아 나무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온도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열매 재배를 위한 적정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또한, 콩과 식물을 심어 토지를 덮어 토양의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풀과 식물을 활용하여 울타리를 치는 방식으로 강한 폭우로 인한 토양 유실을 방지하였다. 이 외에도 니제르와 수단에서 지역사회 자연자원 관리 활동으로 목초지 복원, 산림 복원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들은 가뭄, 폭우 등의 기후위기에도 농촌주민들이 농경지와 자연자원을 보호하며 기후변화에 더욱 효과적으로 적응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o 기후변화 완화: NbS
기본적으로 NbS는 산림과 토양 등의 자연자원을 복원하는 활동들을 수반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감비아의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이 그 예이고, 키르기즈스탄, 니제르, 수단, 타지키스탄 등에서의 목초지 복원 사업 역시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인데, 토양과 산림을 복원하여 탄소를 대기로부터 격리한다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o 생태계 복원
NbS의 활동들은 산림과 토지 등의 자연자원을 보전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니제르에서는 Faidherbia albida라는 나무를 농경지에 심어, 대기 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활동들을 진행했다. 이는 혼농임업(Agroforesty)이라는 농법으로 나무의 뿌리가 토양 유실을 막고, 토양과 작물에 필요한 질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한다.
o 식량 안보
NbS는 자연자원을 보전하고 작물을 다양화하여 식량 안보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농법을 통해 작물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주요 곡물뿐만 아니라 과실수 지원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과실수나 로컬 수목 지원은 영양 공급뿐만 아니라 과일, 껌, 오일 등 원자재들을 공급하여 가구의 소득원을 다양화하고 소득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o 사회적 영향
자연자원 관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인 여성들의 참여를 증진하고,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농법과 자연자원 복원활동을 농부현장학교(Farmer Field School, FFS)와 같은 방식으로 전파하여, 농민과 농민 간 교육내용 전달을 통해 농민들의 농업지식을 향상할 수도 있다.
2. CBA 및 NbS가 국제개발협력(농업농촌개발) 분야에 주는 시사점 및 제언
2.1. 지역사회 단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참여적 접근법의 중요성 및 효과성
앞서 살펴본 CBA와 NbS의 개념들과 적용 사례들은 향후 농업농촌개발ODA 사업이 고려하고 강화해 가야 할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CBA는 기존의 농업농촌개발 ODA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던 주민 참여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지역사회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강화할 방안이다. 사례로 살펴본 말라위의 프로젝트는 주민 참여적 요소가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에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참여농민들은 전달받은 기후예보에 기반하여 작목을 변경하는 방법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였고, 그 결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참여적 접근법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기후위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주민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적절한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한데, NGO 및 공여(donor) 기관 등 외부 조력자들은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향후 더욱 빈번하게 이어질 수 있는 기후 위기의 위협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 기반 접근법의 개념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2.2. 기후변화 적응 사업 모델 개발 및 연구의 중요성
PICSA와 같이 주민 참여적 요소를 프로젝트의 주요 구성요소로 모델화하고 그 효과성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농촌개발 연구자들과 NGO 등 여러 파트너가 협업하여 PICSA 모델이 개발되었고, 그 효과성 및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PICSA 모델을 적용한 프로젝트가 GCF라는 대규모의 기금을 기반으로 수행될 수 있게 되었다.
기후위기가 농촌지역 주민들 삶의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과 전략은 더욱 세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수요에 기반한 프로젝트의 기획, 실행과 더불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개입요소와 그 효과성에 대한 여러 연구가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2.3. 자연자원 보존을 통한 사회·경제·환경 문제의 해결 노력의 중요성
NbS는 자연자원을 보존함과 동시에 인간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조되고 있는 방법론 중 하나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이후 환경과 인간사회의 연계성이 큰 관심을 얻으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향의 개입은 언뜻 그 효과과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살펴본 IFAD 프로그램의 사례처럼 여러 성과를 다방면에서 기대할 수 있다. 단순히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이나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기후변화 완화·생태계서비스 복원·식량안보 강화·사회적 영향 등 여러 영역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동시에 목표로 할 수 있다.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은 소득, 농업생산성과 같이 경제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삶과 생계가 사회·경제·환경 영역에 걸쳐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것을 고려한다면, NbS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영향들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3. 마치며
국내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개발협력 전략과 프로젝트 요소에서 기후위기 대응방법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앞서 살펴본 KOICA의 경우, 기후행동 중장기 전략이나 농촌개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전략을 실제 프로젝트화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정으로, 이제는 지역사회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향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 참여적 접근법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강화하는 CBA와 농촌 지역사회의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며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차원적으로 대응하는 NbS는 현재 국내의 여러 국제개발협력 주체들이 수행하는 농업농촌개발 프로젝트에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미 현재 수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에서 적용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다만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과 연계된 접근법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현장에의 적용방안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와 근거들을 바탕으로 개입방법을 체계화하고 프로젝트의 주요요소로 적용하여야 한다.
국내에서도 점차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규모가 커지고 그 주체가 다양해지며 기후 위기와 국제개발협력 간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이에 대한 연구와 프로젝트가 충분히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개입방법과 효과성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연구와 현장을 연결할 기회들이 충분히 존재하는지 쉽사리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세계 곳곳의 취약계층들이 더욱 큰 위협 앞에 놓여 있는 지금, 여러 국제개발협력 주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여러 개입 방법과 요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하여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생계(sustainable livelihoods) 구축과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