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패배자 없는 승자만 존재하는 경기를 시작한다.

승자는 누군가의 상처 위에 존재한다.

by 너머

이기는 것.
승리하는 것.
우승하는 것.


어릴 적부터 나는 그런 말들에 반응했다.
누가 이겼다더라, 어디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더라.
기뻤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겼다는 건 누군가는 졌다는 뜻이고,
내가 승리했다는 건 누군가는 패배했다는 뜻이며,
내가 우승했다는 건 누군가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그 패배자 중 한 사람이
어쩌면 과거의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지는 경험이 인간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패배는 값진 교훈이라고.
실패는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훌륭하지 않다.
질 때마다 아프고,

지고 나면 초라하고,
패배의 순간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듯하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누군가를 이겨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승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를 패배자로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오래 있었다.
그 끝에서 나는 아주 조용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있다!"

누구도 패배하지 않고도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도
내가 이길 수 있는 방법.


바로 ‘나 자신’을 이기는 것.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 지난달의 나, 작년의 나와 싸워
오늘의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건 누가 뭐라 해도 ‘승리’ 아닐까?


누군가와의 경쟁에서는
1등만이 승자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성장하는 모든 순간이 다 승리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철학자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만이
진정한 창조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불교의 오래된 가르침도 생각난다.

“천하를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더 위대하다.”


내 안의 게으름, 두려움, 조바심,
남과 비교하고 위축되는 나약한 마음.
그런 마음들을 조금씩 넘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삶은 단단해질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링 위에 오른다.
누구를 쓰러뜨리기 위함이 아니다.
어제보다 더 단단한 나를 위해.
더 따뜻한 나를 위해.
더 자유로운 나를 위해.


그 싸움에서
패자는 없다.
상처받은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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