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관계전략 '내가 먼저 좋아하기'

누군가 나를 좋아하길 바라며, 내가 먼저 좋아하기로 했다.

by 너머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길 바란다.
나를 인정해 주고,
나의 존재를 특별하게 여겨주고,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마음은 자연스럽다.
사람은 타인과 연결되며 살아가고,
심리학자 애이브러햄 매슬로우가 말한 것처럼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동기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
이 두 감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왜 후자를 택하고 싶어지는 걸까?


아마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줄 때
내가 좀 더 가치 있어 보이고,
존재의 안정감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는 일
결국 내 통제 밖의 일이라는 것을.


관계는 언제 흔들리는가?


관계가 흔들릴 때는 보통
내가 나다움을 잃어갈 때다.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이 말은 실수였을까?’
‘다시는 나를 찾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불안이 고개를 들 때
나는 관계의 중심에서
더 이상 나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은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세 가지 욕구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균형 있게 충족될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너무 맞추려고 하다 보면
나는 관계를 얻지만
나의 자율성은 손상된다.


반대로,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지키겠다고
타인을 완전히 차단해 버리면
관계성은 위축된다.


건강한 관계란?
타인과 연결되되
내가 나로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감정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는 상처받는다.


감정은 항상 대칭으로 흐르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호감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그 비대칭 앞에서
내가 내 감정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는 데 있다.


"내가 혼자 좋아한 건 의미가 없는 걸까?"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틀린 감정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감정은 본래부터 내 것이다.
내 안에 생겨난 감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감정의 소유권을 되찾는 순간,
나는 상처보다 자유로워진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품은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좋아하기, 먼저 사랑하기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외부의 시선을 살피는 삶은 피곤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내가 누군가를 먼저 좋아할 수 있는 용기가
더 건강하고 더 인간답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진정한 관계를 "나-너(I–You)" 관계라고 설명했다.
상대를 수단이 아닌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 진짜 만남이고, 진짜 관계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렇다.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인가?’를 따지기 전에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 감정은 더 순수하고 단단해진다.


나와의 관계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결국, 나는 깨닫는다.
모든 관계의 출발점은 나 자신과의 관계라는 것을.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누군가와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삶을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고,
내가 나를 좋아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이 결국 관계의 가장 건강한 형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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