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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Aug 15. 2023

시간과 편견의 교차점에서

시간의 흔적


 "학생, 무슨 일이에요?"

 "저어, 면접 보러 왔습니다."

 "면접? 무슨 면접? 대학원 면접 기간 지났는데?"

 "신임 교수 채용에 지원했거든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눈을 돌려 그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어색하게 착용한 정장, 조금 틀어진 넥타이 그리고 등에 걸친 백팩이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10년 전, 대학 졸업후 행정실에서 첫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새로워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런 생소함이 지금은 온데간데없고 나의 몸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너무나 익숙해졌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다니 새삼 놀랍기도 하다.


 대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군대를 전역한 복학생 선배들은  어떻게 그리 크고 나이 들어 보였을까? 반면 지금의 나는 복학생들을 보며 그들이 어려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처럼 세월의 증거는 내가 신임교수들보다 나이가 많아진 것을 상기시켜준다.


 행정실에서 지낸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고 그 속에서 나는 노련하게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오늘 그 신임 교수 채용 건의 대화를 듣고 나니, 나의 지난날이 더 길었음을 깨달았다.


 교수 채용 담당자는 그가 얼마 전까지 대학원생이었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이제는 교수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날 군인에게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학교수는 일반적으로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신사 모습으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로 인해 캠퍼스 안에서 젊은 교수는 종종 학생으로 오해받는다. 앳된 외모 덕분에 학생들과 거리감 없이 친밀하게 지낼 기회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적 위치나 역할에 대한 오해로 어려움도 겪는다.


 이렇게 사회는 아직도 편견에 기반하여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되짚게 된다. 외모, 나이, 성별 등은 결코 한 사람의 능력이나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데도 말이다. 편견은 논리와 현실을 왜곡하는 장애물이다. 사회는 변화 중이며 이제는 각자의 능력과 열정을 중시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장애물 없이 그 사람 자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새로운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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