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너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쌤 Aug 16. 2023

"교수님, 왜 족보대로 시험 문제 안 내세요?"

떠나지 않는 날개짓  MZ세대의 의존과 독립


 "교수님, 왜 족보대로 시험 문제 안 내세요?


 대학 캠퍼스의 어느 봄이었다. 강의실 앞에서 여학생이 교수에게 따져 묻고 있었다.

 적잖이 당황하던 노교수는 되물었다.

 "족보? 족보가 뭐지?"


 나는 업무 차 가볼 곳이 있던지라 그 소동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그러나 훗날 전해들은 바로는 그 '족보'는 시험 문제지였다. 동아리 선배들이 남긴 과거의 시험지. 그런 사정을 알 수 없었던 교수의 어리둥절하던 눈빛이 기억에 선하다. 이 시대는 과연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걸까?

 비단 대학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3 수험생들의 고충은 '기하와 벡터가 어렵다'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어른까지 동조했다. 그 결과 2021년 수능에 기하와 벡터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단순히 과목을 제외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하와 벡터는 이공계의 기초 과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과목이다. 물리학, 공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범용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포물선과 공간적 사고를 활성화해 창의성을 기르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런 핵심적인 과목을 피하려는 현상은 그만큼 젊은이들이 현실의 도전에 부딪히지 않으려는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문제가 국방의 영역까지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병사의 엄마가 중대장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자신의 아들에게 삽질과 행군 등 고된 훈련을 멈추어 달라는 민원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전시 상황에서 자식의 생존 능력을 떨어뜨리는 주문을 부모가 지휘관에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까지 치닫게 되었을까?

 부모의 지나친 통제 속에 자란 아이는 뒤에서 밀어주는 힘. 그것이 아이들에게 '의존'을 익히게 한 것일까? 자전거 뒤에서 밀어주던 부모의 동력이 상실될 무렵에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등을 밀어주는 원동력과 더불어 힘차게 페달을 저어 나가는 법도 일깨워 줘야 참된 교육이 아닌가.


 '치맛바람'에 이어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물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지혜롭지 못하면 자식은 세상의 현실에 대비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의존적인 성향은 미래의 도전과 난관 앞에서 주저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


 '하키맘'은 미국에서 극성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자식 사랑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법이다. 직면한 문제와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진짜 날개를 펼칠 수 있다. 부모의 손을 잡고서는 영원히 날 수 없다.


 이 세대의 젊은이들이 그늘 속에 숨어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정으로 자신만의 날개를 펼치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과 편견의 교차점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