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의 선택과 교육의 본질 사이에서
기계공학부의 건물 옆에 기계공학과, 기계시스템공학과, 기계설계공학과의 표지판이 자리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모두 '기계'에 관한 학과처럼 보인다. 대학의 학과 세분화 현상은 교육계에서 오래된 논의 주제 중 하나다.
그들 사이에는 미묘한 역사가 있다. 그 뒤편에는 교수의 파벌과 국가정책에 따른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과가 연속적으로 탄생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나뉘는 학과들을 살펴보면 학사 단계에서의 커리큘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학문의 발전이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국가정책과 연계된 지원사업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두드러진다. 반도체는 현대 사회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지만 그 기초는 전자공학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전자공학과와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학부의 교육 과정은 일맥상통하는 관계를 가진다. 심화 연구나 특정 기술의 세부적인 교육은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거리에서는 새로운 카페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일부는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에 신기한 메뉴명을 붙여 내놓아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학과에서도 본질은 유사하나 이름만 바꾸어 마치 새로운 학문처럼 포장하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표면적인 전공의 이름보다 깊고 탄탄한 기초와 그 위에서 세워진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의 재정을 생각하면 약간의 교활함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돈이 있어야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그 중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유사한 전공 사이의 경계는 가끔 애매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선택의 중심은 복잡한 전공명보다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지에 달려있다. 그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이 시대가 주는 과제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질문 속에서 우리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