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쌤 Aug 21. 2023

공학인증제의 두 얼굴

교육 품질의 딜레마

 이공계 대학에서 공학인증제는 지금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주요 포인트는 교육 내용과 방식의 제한, 학생들의 진로 선택 제약, 교수진과 학생 모두에게 다소 형식적이고 구색 맞추기 식의 불필요한 업무가 발생하는 점 등이다.


 공학인증제는 국제적인 교육 표준에 부합하는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를 이수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검증된 교육 표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공학인증제의 가장 큰 목적은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학인증제가 도입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고 글로벌 기준에 맞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워싱턴 어코드와 연계된 공학인증제는 유학이나 해외 취업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점도 지적되었다. 공학인증제의 도입으로 일부 학과에서는 기존의 전공 커리큘럼이 크게 변동되었다. 기존의 학과 전공과 동떨어진 과목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서 교수들의 부담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교수들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던 분야와는 다른 분야의 과목을 개설하게 되면서 교육의 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학생들 역시 공학인증제에 반감을 사기도 한다. 이미 학점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공학인증과 관련된 추가적인 과목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석박사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학인증제가 취업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에서 공학인증 졸업생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공학인증 여부보다는 지원자의 역량과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따라서 공학인증만으로 큰 가산점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의견이 확산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공학인증제 탈퇴를 검토 중이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일부 학과에서 이미 탈퇴 의사를 밝혔으며 계명대학교, 경일대, 동명대, 강릉원주대, 경남과학기술대는 학과 전반에 걸쳐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공학인증제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실적인 실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도출되었다. 공학인증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를 보다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과와 교수,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공학인증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의 질 향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효용성에 대한 미스매치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깊게 고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미래와 공학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공학인증제의 검토와 개선이 절실하다. 이제는 교수, 학생, 관계자 모두가 한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관점에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 08화 복수 전공, 선택의 무게와 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