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쌤 Sep 01. 2023

세상의 종말 같았던 개강

새로운 시작, 변하지 않는 열정

 새벽녘에 베란다 문을 활짝 열면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쓱 스치며 지나간다. 그 바람에는 가을의 느낌이 감돌며,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품고 있다. 그렇다. 오늘은 바로 개강하는 날이다.


 캠퍼스는 이미 분주한 분위기로 물들어있다. 학생들은 강의실을 가득 메우며 환영 인사를 나눈다. 그 활기찬 풍경 속에서 교직원들도 약간의 힘이 느낀다. 수없이 반복된 모습이지만 개강 날에는 늘 내가 학생이던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개강 전날은 마치 세상이 끝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학교가 싫어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발을 들여놓으면 뭔가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안정감을 느꼈다. 그 순간, 비로소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아마 그런 감정이 지금도 내가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볍게 던져본다.


 교문 앞에서는 신입생들의 조심스러운 모습과 재학생들의 약간 흥분에 찬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과 지난 방학의 추억을 얘기하며 웃음을 나누는 재학생들의 모습. 바로 시작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눈빛과 웃음에서 느껴지는 뭔가 고조된 감정은 앞으로 펼쳐질 성장의 순간들을 암시하게 한다.


 도서관 안쪽에서는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과 조용한 공간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책과 노트 그리고 핸드폰 화면 사이로 고개 파묻고 집중하는 모습은 교직원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캠퍼스에도 어딘가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저녁이 오면 학교의 불빛은 더욱 밝아진다. 여전히 불이 켜진 강의실에서는 야간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낮과 밤의 교차도 잊은 채 흘러가는 실험실들. 학교라는 공간은 학문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열정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무대임을 보여준다.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 곁에서 교직원들은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때로는 끌어 주고 밀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먹고 산다. 긴 방학 기간 동안 고요했던. 그러나 다시 활기를 되찾은 캠퍼스를 내려다보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교직원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더욱 확고하게 체감한다.




이전 16화 인간의 탐구와 신의 영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