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클론'은 황우석 박사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황우석 박사는 현재 아부다비에서 동물 복제 연구로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고 있다. UAE 부총리 만수르는(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만수르가 맞다.) 열띤 지지를 보내며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지원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황우석 박사의 획기적인 연구부터 불미스러운 사태로 이어지는 몰락의 과정까지 이어간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면서 때로는 객관성을 읽은 듯 약간의 편향적인 시각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에는 손색이 없었다. 가십거리와 뒷담화가 재미있듯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에는 부정할 수 없는 흥미가 있었다.
과학의 극한에 대한 도전과 신의 영역에 대한 논쟁. 이 사이에서 황우석 박사의 당당한 주장과 목사의 견해는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엔딩 부분에서 황우석 박사와 목사 간의 대화는 무엇이 과학의 영역이고 무엇이 신의 영역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논쟁을 제기한다. 과학은 인간의 지식의 극한을 탐구하는 도구일 뿐, 신앙은 그 너머의 올마이티한 존재를 신뢰하고 경외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나는 반토막짜리이지만 따지고 보자면 출신 성분은 이공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공과대학교 직원으로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과학의 중요성과 한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나는 4대에 걸쳐 이어진 진성 모태신앙의 후예이기도 하다. 나는 신앙의 가치와 그 깊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나는 이 작품에서 양측의 입장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신앙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찾을 수 있을까,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이왕 믿음이라는 말이 나왔기에 한마디만 거들자면, 각자의 선택과 경험에 의해 형성된 믿음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다(존경이 아니라, 존중이다). 진심 어린 경외감에서 나오는 믿음은 맹목적인 복종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킹 오브 클론'은 그런 믿음과 인간의 존재, 그리고 과학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