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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Sep 03. 2023

이공계의 글쓰기

그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들의 발걸음은 묵직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하드 커버로 제본한 논문을 손에 쥐고 행정실을 찾는다. 왜 이런 걸 선물로 줄까 싶지만, 그동안 지켜봐 준 선후배, 교직원, 교수님들께 감사의 표현과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논문 한 권을 집어 들고 내용을 살펴볼 때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띈다. 초록만 봐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고, 메시지 전달은 간결하지 않다. 문장 배치의 뒤죽박죽함이 혼란스러움을 더한다. 이런 논문이면 결과의 우수성을 떠나 논문의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지 않을까?


 공학자라면 모름지기 학문적 성과와 더불어 글쓰기 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이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연구 결과는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논문의 목적은 복잡한 학문적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나는 2023년 1월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포스팅을 올리며, 때로는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글쓰기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습관화되었다. 차에서는 오디오북을 듣고 잠시 짬이 나는 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이북을 읽으며 계속해서 인풋을 주입했다.


 과거에 나도 글쓰기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논문을 쓰던 때였다. 그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자면,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굳이 비유하자면 글쓰기는 '배설물'과 같다. 많이 먹어야 아웃풋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양질의 음식을 섭취해야 배설물의 질도 좋아진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것도 마찬가지. 정보를 넘겨받아 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며 정보를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쓰기의 첫걸음은 바로 '많이 읽는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이 전공서적만을 집중해서 읽는다면 균형 잡힌 식사라 볼 수 없다. 인문학 서적,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음으로써 글쓰기의 폭과 깊이를 넓혀나갈 수 있다.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나의 주관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많이 읽고 많이 쓰기
2. 결론을 먼저 말하기
3. 메시지 전달은 간결하게


 이 세 가지 원칙 아래, 블로그를 운영하며 깨달은 것은 글쓰기는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연구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예술이다.

 모든 이공계 학자들이 연구와 지식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한다면 학계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공계의 글쓰기가 더욱 발전하게 되길 기원한다. 공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더 넓은 세상에 명확하게 전달되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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